[칼럼] 허드렛일과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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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 교회

초밥(스시)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밥을 해서 적절히 식초를 넣어 초밥을 만들고, 싱싱한 생선회를 적당히 잘라 고추냉이(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일식의 초밥이 되지 않을까? 충분히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장인이 만든 초밥 하나를 먹으면 그런 어설픈 교만은 단숨에 사라진다. 초밥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쉬워 보인다. 그러나 그 맛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는 초밥의 장인 “오노 지로”가 있다. 그의 식당은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이 되며 그의 초밥을 먹기 위해서는 3-4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오노 지로의 가게는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점 3개를 받아, 미식가들은 반드시 가보아야 하는 식당으로 평가되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15분 동안 초밥으로 배불리 먹을 정도의 코스 요리가 일인당 300불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비싼 것은 600불 이상이라고 한다. 시간 대비 가장 비싼 요리집인 것이다.

그에겐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있을까! 그러나 제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장인의 초밥 기술을 배우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노 지로의 초밥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식당에 들어온 신입 연습생들은 처음 3개월 동안 손님이 사용하는 물수건의 물을 짜는 연습만 한다고 한다. 식당 청소는 당연하고, 이런 저런 허드렛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노 지로는 그 허드렛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신입들을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내쫓기도 한다. 초밥 요리사의 기본은 그런 허드렛일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청소하고, 손님들이 사용하는 물수건을 적절하게 짜내며, 초밥에 가장 알맞은 밥을 하기 위해 쌀에 물을 대는 훈련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1-2년 허드렛일을 잘 이겨내면, 그 이후에 초밥에 가장 알맞은 밥을 짓는 것과 밥에 들어가는 초를 만드는 것, 좋은 생선을 고르는 방법, 회를 뜨는 칼을 가는 법과 관리하는 것, 회를 뜨는 방법, 그리고 생선회와 초밥을 적절하게 붙이는 노하우 등을 순서대로 전수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만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로 많은 연습생들이 그런 허드렛일을 하다가 일찍 포기하여 제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밥 장인의 기술을 전수 받은 요리사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허드렛일을 잘 훈련 받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진리는 기독교 신앙의 삶도 다르지 않다. 바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장인으로부터 초밥의 기술을 배우는 과정과 같다. 그렇다면, 참된 신자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 사명의 허드렛일에 충성하고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약성경 민수기 4장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길을 가기 전, 각 지파들이 맡은 책임을 가지고 행진을 진행한다. 그 때 게르손과 므라리 자손들은 하나님의 성소에 세웠던 장막과 기둥, 받침대 등 운반하기에는 무겁고 불편한 것들을 어깨와 등에 매고 이동하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 책임과 사명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자손들은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회 안에서 높은 직분을 받으면 대접 받고자 하고, 리더 자리에 앉게 되면 땀 흘리고 수고하는 일 대신에 명령하고 지시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요즘 교회 리더들의 모습이다. 하나님 사명의 시작이 고되고 힘든 일에서부터 시작됨을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신자가 되면, 방언하고 귀신 쫓고 예언하는 일이 기독교 신앙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는 3년 동안 하늘의 일을 하기 위해 30년 동안 목수인 아버지와 세상의 허드렛일로 훈련과 연단을 받은 것을 그리스도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되어, 하늘의 소명과 사명의 삶을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출발은 세상을 향한 믿는 자들의 허드렛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선교와 전도를 외치는 교회가 많다. 하지만 선교와 전도는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허드렛일을 나의 일처럼 책임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될 때, 그들의 진정한 사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