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요구없이 한도액 올려 ‘빚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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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고객 요구에 관계없이 증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높이려는 은행의 생존 전략이 신용카드 사용자들을 부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AP]

신용카드 업계 경쟁력
이자수익 올리기 나서

한인타운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K모씨는 최근 거래하고 있는 신용카드회사 ‘캐피털 원’에서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올려 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간단하게 연수입 총액을 입력하고 나니 사용 한도액이 2,000달러나 증액돼 2만달러에 육박했다. K씨는 “미국 와서 첫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이 3,0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사용 한도액이 늘어나면서 소비도 그만큼 늘어났다”며 “반드시 사용 한도액이 늘어난 게 반가운 것만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취급하는 미국 내 주요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앞다퉈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올리는 동안 미국인의 신용카드 빚의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 증액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은행들의 주장은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는 것이고 사용 한도액 증액은 신중하게 적용될 뿐 아니라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환원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구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도 사용 한도액을 증액하고 있어 미국인들을 신용카드 빚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증액하는 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다는 것에 있다. 수익은 수수료와 이자로 구성되는데 신용카드 사용시 부과되는 수수료 수익보다는 사용금액에 대한 이자 수익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컨설팅업체 ‘R.K.해머’(Hammer)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익으로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지난해만 1,790억달러로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좋다 보니 은행들은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을 늘이기에 열중해 2018년에는전체 신용카드 중 4%에 해당되는 카드보유자들은 매 분기마다 사용 한도액을 증액해 왔다. 2012년과 비교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인의 신용카드 부채액은 증가 일로에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미국인의 신용카드 부채액 규모는 8,800억달러로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능가할 정도다.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신용카드 부채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학자금 대출 증가세를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용카드 부채 상환을 90일 연체하는 비율도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8~29세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부채 상환을 연체하는 수가 급증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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