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뇌와 교육-X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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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교육학 박사)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과학,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와 모험, 성생활 등을 가상 우주인 메타버스(metaverse) 속에서 하겠다는 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또한 내게는 아직도 ‘생소’하기만 한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디지털 화폐나 대체 불가능 토큰(NFT)에 관한 인터넷 상의 상거래 뉴스도 점점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빅데이터와 로봇의 상용화는 물론 인간의 영혼(?)까지 갖춘 인공지능(AI), 전기차와 우주여행은 미래사회의 큰 그림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현실은,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온라인 매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쇼핑몰이나 식당에 가면 부모는 핸드폰을 보고 있고, 그 옆에서 자녀들은 아이패드로 각종 오락용, 교육용 게임을 하는 것을 아주 흔히 접하게 된다. 문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알콩달콩’하는 대화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다들 ‘삼차원’이 아니라 ‘이차원’의 세계 속에 매몰되어 살고 있다. 내가 딸을 키울 때만 해도 항상 책이나 필기 도구, 혹은 장난감들을 챙겼던 것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모습에 자꾸자꾸 놀란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음에도, 내가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이 오감을 사용할 기회를 너무나 많이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세상의 ‘양면성’이다. 여러가지 디지털 기술과 매체가 주는 혜택이 풍부한 반면에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뇌의 발달은 오감의 사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진리는 간단하다. 즉, “인간은 오감을 통해서 배운다”는 점이다. 그래서 감각활동을 중요시하는 오감교육과 오감학습법이 자주 거론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타고난 감각적 능력은 그들의 모든 성장과 발달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에 있어서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요즘 어린이들이 넘치는 전자매체의 사용으로 엄지나 검지 손가락의 사용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신체활동이 많이 줄어들었다. 또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만 보더라도, 손과 머리를 써서 적극적으로 조작하기 보다는 버튼을 사용해서 아주 쉽게 작동시키게 되어 있다. 이는 과체중이나 비만을 낳고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아이가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자꾸 배고프고, 피곤하고, 시야가 흐리고, 잦은 감염에 목이 자주 마르며, 소변을 보는 횟수가 증가하는 등 각종 증상에 시달린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움직여야 한다. 미국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에 따르면, 6세 이상의 아이들은 하루에 180분의 신체적 활동이 필요하며, 적어도 60분은 중강도로 강렬하게 운동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5세 이하의 아이들은 온몸을 매일같이 계속해서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감교육의 중요성은 신체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은 가상이요,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에, 아이들이 완벽에 가까운 온라인 세상에 너무 친숙하다 보면, 그 간극으로 인하여 현실감이 떨어지기 쉽다. 이는 불만족과 공허감을 가져온다. 그래서 한창 자아상을 형성해가는 청소년들, 특히 십대 소녀들이 인스타그램(Instagram)에 떠도는 ‘완전미’에 가까운 모습들로 인해 그만 자괴감에 빠지고, 부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갖게 되어, 결국 불행으로 치닫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바른 사고능력을 키우려면 이차원에 갇혀 있지 말고 삼차원으로 ‘박차고’ 나가야 한다. 뇌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차원이 아니라 삼차원에서의 경험이 더욱 절실하다. 특히 아이들은 오감과 온몸을 사용하여 ‘뛰어놀아야’ 한다. 그래야 뇌에 산소가 공급되고, 뇌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며, 심신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당뇨병전증(prediabetes)이나 소아정신병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자라는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만지며, 기쁨에 찬 함성을 맘껏 지를 수 있어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