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파트너 사민당도 “정부 개혁 의제 되돌아봐야”
20일 베를린·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서 다시 시험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압승 이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연금개혁안 일부를 재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DPA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예산안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면서 경제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개혁안을 밀어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부 방안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점을 인정했다.
메르츠 총리는 “물론 이에 관한 토론이 있을 것”이라며 “또한 우리도 당연히 세부 내용을 들여다봐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정부는 퇴직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70세로 연장하고, 45년 이상 일했다면 연금액 삭감 없이 몇 년 당겨 조기 은퇴할 수 있는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일부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 근로자 병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반대진영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AfD의 주의회 승리를 계기로 독일 정계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동안 메르츠 총리의 개혁에 협력해온 연립정부 파트너 사회민주당(SPD)도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연금 및 사회복지 제도 개편은 정치적 위험 부담이 따르기에 앞선 정부들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메르츠 총리는 ‘개혁 총리’를 자처하며 이를 추진해 왔다.
또한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이끄는 중도좌파 사민당은 보수진영의 ‘과도한’ 정책을 연정 내부에서 견제하는 동시에, 독일 경제 회복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며 개혁을 추진해 왔다.
라샤 나스르 사민당 연방의원은 “연방 정부가 개혁안을 추진해온 경로가 특히 불확실성을 야기했다”며 “이걸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작센안할트주의 국민이 우리에게 ‘여기까지’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클링바일 부총리도 선거 당일 밤 “이번 결과는 베를린의 정책과 연방정부의 개혁 의제에 관해 되돌아봐야 할 이유”라며 “우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의견 불일치에 메르츠 총리는 지난 7일 클링바일 부총리, 베르벨 바스 노동장관 등 사민당 공동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를 논의했다고 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사민당의 약한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연정 붕괴 가능성까지는 크게 관측되지 않는다. 사민당의 지지율은 최근 약 12%로, 작년 총선 득표율보다 4%포인트 이상 낮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메르츠 총리의 리더십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사민당 지도부는 본인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집권 CDU(기독민주당)·CSU(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은 이달 20일 치러지는 베를린·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사민당은 최근 이 지역에서 여론조사 1위 AfD를 작은 격차로 추격하고 있어 실제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AfD의 기세를 꺾는 결과를 낼 경우 상당한 정치적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메르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AfD를 나라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파괴적인 세력”이라고 비난하며 그런 정책으론 독일의 어느 곳에서도 과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츠 총리는 AfD가 “우리 민주주의 제도를 경멸하고 우리 국가의 대표들을 폄훼한다”며 AfD의 이주민 추방 정책이 ‘인종 청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도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