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36세 입주민 단독 범행 추정… 휘발유 뿌린 뒤 불 지른 것으로 판단”
지난 5월 일리노이주 데스플레인스에서 발생한 대형 콘도 화재는 방화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입주민이 화재로 입은 부상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데스플레인스 소방국과 경찰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6일 하딩 애비 1200블록의 3층 콘도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약 두 달간의 합동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사에는 연방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과 일리노이주 소방감독국(State Fire Marshal’s Office)도 참여했으며, 수사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화재는 지난 5월 6일 오전 1시께 22명이 거주하던 3층 규모 콘도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건물 계단이 붕괴되면서 여러 주민이 건물 안에 고립됐고, 소방대원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모두 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건물이 거주 불가능 판정을 받아 입주민 전원이 대피해야 했다.
수사 결과 현장에서는 휘발유가 인화물질로 사용된 사실이 탐지견과 실험실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휘발유는 복도와 공용 공간, 계단 등에 뿌려졌으며, 화재는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초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포렌식 분석과 폐쇄회로 TV 영상 등을 토대로 36세 타너 바이람리를 주요 용의자로 특정했다.
바이람리는 화재 당시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이후 치료를 받다가 5월 21일 숨졌다.
당국은 그의 개인 소지품에서 휘발유 성분이 검출됐고, 화재 발생 며칠 전 휘발유를 담을 용기를 구입한 뒤 주유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여권과 컴퓨터 등 개인 소지품과 기념품을 미리 차량으로 옮겨놓은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바이람리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나이코 가스와 건물 관리회사에는 이번 화재의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화재 발생 전 시에 천연가스 냄새가 신고된 기록도 없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앤더슨 데스플레인스 경찰서장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전 며칠 동안 바이람리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주민들의 진술은 확보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 휴대전화 기록과 전자기기 자료 등을 추가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람리가 중태였기 때문에 생전에 직접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앤더슨 서장은 “화재 사건은 증거가 심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한밤중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재 직후 피해 주민들은 나이코 가스와 건물 관리회사인 톰 데이스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는 화재 전날 주민들이 천연가스 냄새를 신고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후 누출된 가스가 폭발하거나 화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람리 유족 측 변호인인 로런스 하이먼 변호사는 이날 수사 결과에 대해 “바이람리를 화재와 직접 연결하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며 “현재 발표 내용은 상당 부분 추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이먼 변호사는 바이람리가 화재 당시 심각한 화상을 입은 피해자였으며,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만으로는 그가 방화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바이람리는 쿡카운티에서는 전과가 없었으나, 2022년 레이크카운티에서 가정폭력 사건으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그는 함께 거주하던 여성을 폭행하고 권총과 유리 장식품으로 위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이후 가중폭행 경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18개월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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