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 등 ‘중국군 소유’ 딱지···반중전선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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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모바일·하이크비전 등
자산 동결 포함 금융제재 조준
폼페이오 “공산당 감시국 위험”
반화웨이로 SKT·KT 언급도
중 반도체산업 투자자금 쏠림에
‘PER 수백배’ 거품 경고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비롯해 영상보안 업체 하이크비전 등 20개사를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의 토대를 만든 것이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부가 화웨이·하이크비전과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중국항공공업그룹(AVIC) 등 중국 기업 20곳을 인민해방군 후원기업 명단에 올린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난 1999년 제정된 법에 따라 미국에서 영업활동 중인 인민해방군 소유·지배기업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로이터에 해당 문건이 진본이며 (이는) 미 의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국방부의 이번 지정이 곧장 제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법률을 근거로 대통령은 명단에 오른 기업들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포함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이 기술 및 무역·외교 등의 분야에서 첨예하게 갈등하며 국방부는 공화·민주 상원의원들로부터 중국군 소유 기업 명단을 공개하라는 초당적 압박을 받아왔다.

미 정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려 미국에서 부품 등을 구매할 때 반드시 미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한 데 이어 올해 5월 이를 한 차례 연장했다. 또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때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추가 제재까지 부과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이날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 국가 및 통신회사 등을 거론하면서 반중전선에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참여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전 세계 시민들이 중국 공산당 감시국가의 위험성을 깨닫고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화웨이가 아닌 믿을 만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며 체코·폴란드·스웨덴·에스토니아·루마니아·덴마크·라트비아·그리스 등을 거론했다. 또 전 세계 최대 통신사 중 일부도 동참해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SK텔레콤과 KT를 프랑스·인도·호주·일본·영국 통신사들과 함께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싱가포르의 최대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로 5G 구축사업을 진행 중인 M1·스타허브와 싱가포르커뮤니케이션은 각각 장비공급 업체로 노키아와 에릭슨을 선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당초 이들 통신사는 화웨이 장비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산업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며 거품 우려가 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45개 상장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어서며 반도체 업종이 증시에서 가장 비싼 섹터가 됐다. 어드밴스드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이큅먼트는 올해 1월 이후 주가가 150% 올라 PER이 무려 540배에 달할 정도다. 제로2IPO에 따르면 비상장 반도체 기업으로도 자금이 몰려 2018~2019년 2년간 220억위안이 들어왔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2014년 반도체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CICF)’가 1,390억위안 규모로 조성된 데 이어 지난해 2,000억위안이 추가됐다. 여기에다 최근 민간 투자자들까지 가세해 반도체 기업 가치의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를 독식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만 믿고 고객 확보 등을 소홀히 하며 막대한 손실을 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칩 업체 캠브리콘은 지난해 매출액 4억4,400만위안에 순손실 11억8,000만위안을 기록했다.<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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