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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rch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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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대전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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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64세)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미래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용산구청)

2026년 봄, 용산의 맥박이 세계로 흐르다

2026년 3월 17일, 이태원 언덕을 넘어 용산구청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봄의 전령들로 가득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낸 산수유가 노란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담벼락 너머 매화는 수줍은 분홍빛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정직했다.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저 생명력은 지난 시간의 시련을 딛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용산의 모습과 절묘하게 겹쳐졌다.

구청장실에 들어서자 박희영 청장이 바쁜 집무를 멈추고 본지 특파원을 맞이했다. 그의 미소에는 봄볕의 따스함이 목소리에는 웅비하는 도시를 이끄는 리더의 단단한 철학이 실려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수많은 도면과 서류들은 그가 꿈꾸는 용산이 단순히 상상 속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문턱을 넘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750만 재외동포의 가슴을 설레게 할 ‘기회의 서사’를 시작한다.

100층의 랜드마크, 그 너머의 ‘비즈니스 생태계’

박희영 구청장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였다. 이는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라, 그는 이를 ‘한국 경제의 심폐소생술’이자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라 정의했다. 45만㎡ 부지에 들어설 최대 1,700%의 용적률, 100층 안팎의 상징적 랜드마크 건물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 성과에 불과하다. 박 구청장은 이 거대한 공간이 담아낼 내실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직장(Work), 주거(Live), 여가(Play)가 한곳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초대형 융복합 도시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곳은 서울의 스카이라인뿐 아니라 경제의 흐름까지 바꾸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특히 시카고를 비롯한 미주 한인 상공인들과 재외동포 기업인들에게 이곳은 고국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그는 동포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네트워크 확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전을 덧붙였다. “글로벌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동포들이 이곳에서 투자와 창업,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국제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내에 마련될 MICE 시설과 호텔은 동포들이 한국의 첨단 산업과 네트워킹하며 자신의 사업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광활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고향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용산이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심장에서 재외동포 여러분과 함께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용산구청의 전경 (사진제공 용산구청)

주택 공급의 숫자보다 중요한 ‘도시의 정체성’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박희영 구청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단순한 주택 공급지가 아닌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제 비즈니스 기능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 비중이 과도해지면 도시의 정체성과 업무·상업 기능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당초 계획의 취지를 유지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그는 주거 수치를 채우는 행정보다 도시가 가져야 할 미래 가치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

박 구청장은 인터뷰 내내 이곳이 지닌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국제업무지구는 그 이름답게 비즈니스의 심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곳은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지, 일반적인 주택 공급 부지가 아닙니다. 주거 시설이 과도하게 들어서면 업무 기능이 약화되어 도시의 성장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반대 대신 치밀한 대안을 제시했다. 용산도시재생혁신지구, 용산유수지 재정비, 수송부 부지 개발 등 지역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하면 약 1만 8,000호 수준의 양질의 주택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도시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철학적 고집이다. 용산이 퇴근 후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 아니라, 세계인이 동경하는 진정한 비즈니스 허브로 남아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낡은 기억의 터 위로 흐르는 AI·ICT의 선율

낡은 기억의 터 위로 흐르는 AI·ICT의 선율용산전자상가의 변신은 드라마틱하다. 과거 조립 PC와 부품의 메카로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호령했던 이곳은 이제 ‘AI·ICT 콘텐츠산업 특정개발진흥지구’라는 새 옷을 입고 미래 혁신 거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를 국제업무지구와 연계된 ‘용산 코어밸리’라 부르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용산구는 전담팀을 신설하고 진흥계획 수립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발 빠르게 완료했다. 2026년 하반기 최종 지구 지정을 목표로 달리는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반도체와 ICT 콘텐츠 기업을 집적해 관·학·산·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권장 업종 유치 시 최대 120%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고 지방세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기술과 자본이 모여드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박 구청장은 “과거의 전통을 바탕으로 창업·연구·교육 기능이 모이는 도시형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낡은 상가 건물이 걷히고 그 자리에 들어설 인공지능 연구소와 스타트업의 활기는 고국의 기술 혁신을 지켜보는 재외동포들에게도 자부심을 주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혁신의 선율은 이제 용산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밝은 등불이 되고 있다.

이가희 특파원과 함께

용산공원, 국가의 상징이자 주민의 정원

미군 기지 반환과 함께 조성되는 용산공원에 대해 박 구청장은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사업이지만, 그 땅을 밟고 살아갈 주인은 용산 주민이기 때문이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구민들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그는 용산공원을 미국의 센트럴파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국가 상징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재외동포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고 싶은 평화의 안식처이자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한 승리의 공간으로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한남의 재개발, ‘사람’을 잃지 않는 이주 행정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이라 불리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는 용산의 지도를 바꾸는 거대한 상징이다. 박 구청장은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먼저 ‘행정의 온기’를 강조했다. 수만 명의 주민이 정든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국가적 규모의 이동 속에서, 그는 단순히 인허가를 내주는 행정을 넘어 세입자 보호와 이주 지원, 현장 안전관리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이주관리 행정’을 전격 도입했다.

박 구청장은 “재개발은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다음 단계로 옮기는 과정”이라며 속도보다 안전과 생활의 연속성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특히 정보 부족으로 임대주택 신청에서 누락되는 세입자가 없도록 구청이 직접 안내와 상담을 지원해 한남3구역에서만 530여 세대의 신청을 도왔으며, 취약계층을 위해 2024년부터 이사비 지원사업을 신설해 가구당 40만 원의 실비를 지원하는 등 촘촘한 그물망 행정을 펼쳤다.또한 이주가 완료된 공가 밀집 지역의 안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합관제 종합상황실과 방범초소를 운영하고, 352개소의 CCTV를 설치해 민·관·경 합동 순찰을 강화했다.

물리적인 주거 이전뿐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돌보고자 ‘온마음숲 센터’를 운영하며 상실감과 불안을 겪는 이들에게 맞춤형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집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상처받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깊이는 더 깊어야 한다는 박 구청장의 철학은 재개발의 패러다임을 ‘건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있다.

교육의 불모지에서 ‘1위의 기적’을 쓰다

놀라운 통계가 있다. 2021년 서울시 20위에 머물렀던 용산의 공교육 만족도가 2024년 1위로 뛰어올랐다. 비결은 ‘현장 중심의 과감한 투자’였다. 박 구청장은 직접 학교 현장을 발로 뛰며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학교 브랜드화 사업’을 통해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린 예체능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경비 보조금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또한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통해 아이들이 용산 안에서 세계를 배우고 글로벌 인재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용산에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시카고나 뉴욕의 동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리더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의 말에서 교육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졌다.

여성 리더십의 본질, ‘시스템 안의 마이너리티’를 보듬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갓 지나온 시점, 박 구청장은 여성 리더로서의 고뇌와 책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구청 직원의 대다수가 여성이지만,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여성은 여전히 마이너리티입니다.”

그는 단순히 ‘여성이라서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시스템의 개선을 강조했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이 겪는 경제적 단절은 국가적 손실이다. 박 구청장은 여성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일자리 발굴과 창업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성이 행복한 도시는 결국 모두가 행복한 도시입니다.”

문화로 소통하고 50+로 다시 시작하는 삶

최근 출범한 용산문화재단과 50플러스센터는 용산의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는 두 축이다.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를 초대 이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용산의 문화적 품격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50플러스센터는 은퇴 후 길을 잃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나침반이 되어준다. “인생의 후반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진정한 복지입니다.” 용산문화예술의 전당 건립 추진과 함께, 그는 용산을 문화와 복지가 강물처럼 흐르는 풍요로운 도시로 빚어가고 있다.

재외동포의 고향,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언덕’

마지막으로 박 구청장은 시카고를 비롯한 전 세계 재외동포들에게 간절한 안부와 약속을 전했다.

“동포 여러분이 낯선 타국에서 흘린 땀방울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용산이 여러분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동포들을 위한 공간과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하여, 고향에 돌아왔을 때 이질감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산은 이제 지리적 중심을 넘어, 전 세계 한인들의 ‘심리적 중심지’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구청 마당의 햇살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산수유 꽃망울이 막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한 구청의 행정 계획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계와 호흡하려는 한 리더의 치열한 고뇌가 담긴 ‘희망의 지도’였다.

용산은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파괴가 아니라 ‘성숙’이며,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시카고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고국을 그리워할 동포들에게, 2026년 봄 용산이 보내는 이 뜨거운 메시지가 큰 위로와 자부심이 되기를 소망한다. 용산의 봄은 이제 시작되었고, 그 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특파원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