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 F
Chicago
Tuesday, May 26, 2026
Home 종합뉴스 베일 벗은 도산안창호함…3m 사다리 아래 첨단 자동화 공간이

베일 벗은 도산안창호함…3m 사다리 아래 첨단 자동화 공간이

1
캐나다 해군기지 정박한 도산안창호함 (빅토리아=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 부두에 국산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2026.5.26 comma@yna.co.kr

더위 이기고 태풍도 뚫어…”이번 태평양 횡단 99.5∼99.6%는 잠항으로 항행”
“캐나다 승조원들, 넓은 선체에 놀라워하다 컴퓨터 시스템 자동화에 감탄”
‘찬 바다에서도 운용 가능하냐’ 캐나다 매체 질문에 “문제 없다” 자신

(빅토리아=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국산 잠수함으로는 최초로 편도 1만4천㎞를 잠항해 태평양을 횡단한 3천t급 도산안창호함 갑판 위에 올라서니 가장 먼저 아찔함이 느껴졌다.

도산안창호함의 선폭은 9.6m지만, 상부의 평평한 갑판 부분은 넓어야 2m밖에 안 돼 보였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 후 해군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도산안창호함의 내부는 잠수함 경험이 없는 기자가 느끼기에 생각보다 더 협소했다.

갑판에서 해치를 열고 약 3m 길이의 수직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갑판보다 좁은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 두 사람이 서로 오가기 어려울 것 같은 복도는 승조원 거주 구역과 전투지휘실, 조종실을 지나 기관 제어실로 이어졌다.

승조원들의 거주 공간은 함내 유일한 1인실인 함장실과 2인실, 5인실, 10인실 등 다양한 선실로 나뉘어 있었다.

침대 공간이 비좁아 잠자리가 불편할 것처럼 보였으나, 안내를 맡은 해군 관계자들은 도산안창호함의 거주 공간이 디젤 잠수함 가운데 최상위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거주 공간을 유럽인 체형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에 이번에 도산안창호함에 편승했던 캐나다인들도 아무 불편 없이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하와이에서 편승해 16일간 도산안창호함에서 함께 생활한 캐나다 승조원 브리타니 부르주아 소령은 빅토리아 도착 후 함박웃음을 지으며 “공간이 넉넉하고 깨끗하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여성 승조원을 위한 독립된 거주 구역 확보를 고려해 설계됐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이에 대해 김민규 제91잠수함전대장(대령)은 “함내에서는 남군과 여군이 따로 없고 각자 전투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모두가 승조원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잠수함이지만, 약 20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에는 제빙기도 마련하고, 식당 한 편에는 30권가량의 진중문고도 비치하는 등 승조원들이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화장실도 좁아 보이기는 했지만, 변기에 비데가 설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캐나다 해군기지 정박한 도산안창호함
캐나다 해군기지 정박한 도산안창호함(빅토리아=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 부두에 국산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2026.5.25

승조원 거주 공간을 지나자 20여 대의 모니터와 첨단 장비로 가득한 전투지휘실과 조종실이 나타났다.

잠수함이 정박 중인데도 몇몇 승조원들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지켜보며 장비를 조작하고 있었다.

잠수함의 핵심인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등 무장과 센서 등이 이곳에서 통합 관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오동건 도산안창호함 부장(중령)은 부르주아 소령과 함께 승선한 캐나다 제이크 딕슨 하사가 처음에는 깨끗하고 넓은 선체에 놀라워했지만, 곧이어 모든 조작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자동화하고 있다는 데 더욱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들 캐나다 승조원은 도산안창호함에 머무는 동안 똑같이 당직을 섰고, 특별 체험 프로그램도 소화해 함내 첨단 장비를 모두 한 번씩은 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나타난 기관제어실에는 도산안창호함의 이번 장거리 항해를 가능하게 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가 설치돼 있었다.

수중에서 외부 공기를 흡입하지 않고 함 내에 저장된 산소를 활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AIP 덕분에 도산안창호함은 태평양을 횡단하면서도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오르는 스노클 없이도 잠항을 이어갈 수 있었다.

도산안창호함은 실제로 진해군항을 떠난 직후 수심이 확보된 순간부터 잠항을 시작해 괌과 하와이에 출·입항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내 수중에서 항해했다.

오 부장은 “퍼센티지로 따지면 99.5∼99.6%는 잠항한 것 같다”며 “괌 인근을 지날 때 태풍을 만났지만 (잠항을 계속할 수 있어 우회하지 않고) 똑바로 갈 수 있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AIP의 단점을 물었지만 “단점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도산안창호함 미디어 투어에 동참한 캐나다 언론이 북극해를 염두에 둔 듯 찬 바다에서도 문제없이 운용 가능한지를 묻자 오 부장은 오히려 “전자제품이 많아 하와이처럼 수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환경에서 냉각 효율 저하가 우려될 수 있으나 탈 없이 항해했다”며 “추운 곳에서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캐나다 협력 기원 담은 도산안창호함 모자
한국-캐나다 협력 기원 담은 도산안창호함 모자(빅토리아=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입항 환영식이 열린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서 한 해군 병사가 캐나다와의 우호 협력 기원을 담아 제작한 도산안창호함 모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5.25

이날 미디어 투어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어뢰실이나 수직발사관실 등 핵심 무장 구역의 공개는 제한돼 전체 공간의 30∼40%만 둘러볼 수 있었고, 함내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현재 캐나다초계잠수함사업(CPSP)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모델은 ‘KSS-Ⅲ 배치-Ⅰ’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보다 성능이 향상된 ‘KSS-Ⅲ 배치-Ⅱ’ 장영실급 잠수함이다.

장영실급 잠수함은 톤수가 3천600t급으로 도산안창호급보다 크고, 길이도 89m로 도산안창호급보다 6m 더 길다.

또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이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충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전지를 장착해 수중작전 지속능력을 높였고, 어뢰·기뢰·유도탄 등의 탑재 수량도 늘렸다.

도산안창호함, 캐나다 기지 입항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