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사우스사이드 브론즈빌(Bronzeville)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혀온 냇 킹 콜(Nat King Cole) 대형 벽화가 건물 보수공사 과정에서 일부 철거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벽화는 43번가와 킹 드라이브 인근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던 작품으로,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냇 킹 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건물의 새 소유주가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면서 벽화 일부가 철거됐다.
건물 소유주인 라이언 윌킨스와 그의 아내 리사 콜린스는 지난해 10월 빈 건물을 매입해 보수공사를 추진해 왔다.
윌킨스는 “건축가와 함께 건물을 정밀 점검한 결과 외벽 벽돌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구조적인 안전 문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콜린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누군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는 시카고시 건축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뒤 지난주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며, 외벽 보수를 위해 벽화 일부를 철거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이 벽화 훼손 사실을 확인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브론즈빌 지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예술가 크리스 데빈스는 “벽화가 철거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1950~60년대의 역사적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벽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데빈스는 과거 브론즈빌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역사적 사진을 선정해 여러 건물 외벽에 벽화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냇 킹 콜 벽화도 그 과정에서 조성됐다.
그는 “이 벽화는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롭게 복원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벽화는 절반가량이 철거된 상태다.
건물주와 주민들은 현재 해결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콜린스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존중한다”면서도 “소규모 사업주로서 시민 안전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공사가 끝난 뒤 기존 벽화를 복원할지, 새로운 벽화를 제작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데빈스는 “이번 벽화는 주민들이 주도해 만든 공동체 프로젝트였던 만큼 앞으로도 지역사회가 향후 활용 방안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논란이 커진 이유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지역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윌킨스와 콜린스 부부는 이번 주 팻 다우엘 시카고 제3지구 시의원과 만나 향후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지역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벽화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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