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미국에서 세무사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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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이민자가 미국에서 잘 살려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체류신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여러가지 면에서 불편하다. 두번째, 어떤 일이든 일을 할 줄 알아야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합법적인 신분도 있고, 자격증도 있지만 일을 할 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민자는 자격증이나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유리하다. 자격증이나 학위는 어떻게 보면 진입장벽이다. 아무나 그 일을 하지 못하게 정부나 단체가 막아 주는 것이다.  장벽이란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막이 된다. 미국에 정착해서 잘 사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처음 두가지 조건만 만족하고도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번 이민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기 자식들에게 세번째 조건을 강조한다. 소수민족 이민자로서 주류와 섞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려면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자격증 하나를 알아본다. 어렵지는 않으면서 실제로 효용이 아주 큰 자격증이다. EA 라고 한다. 미국의 국세청을 IRS (Internal Revenue Service)라고 부른다. IRS 에서 주는 전문가 자격증 중에 최고가 바로 EA (Enrolled Agent)다.  우리말로는 ‘연방 세무사’라고 부른다. 세금보고나 세법과 관련되어서 거의 모든 일을 할 수가 있다. CPA나 변호사는 주정부에서 자격증을 준다. 하지만 EA는 연방정부에서 자격증을 주기때문에 앞에 ‘연방’이라는 말을 붙인다. 한마디로 세금과 관련되어 거의 모든일을 납세자를 대신해 대행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EA 시험에 응시할 수있을까? EA 시험을 보기 위해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있는 신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외국인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퇴계로에서도 시험을 볼 수가 있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이상 졸업을 해야한다든지 하는 학력제한도 없다. 무슨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만 한다든지 하는 수강 조건도 없다. 그저 미국 정부에 세금을 꾸준히 보고하고, 밀린 세금만 없으면 누구나 시험을 볼 수가 있고 자격증을 얻을 수가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5만 3천여명의 EA 자격증을 가진 세무사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시험을 보려면 제일 먼저 IRS 에서 주는 PTIN이라는 번호를 받아야만 한다. PTIN 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Social Security Number나 Tax ID 번호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런 번호가 없어도 PTIN을 받을 수가 있다. 시험은 매년 5월 1일부터 그 다음해 2월 28일까지 응시 할 수가 있다. 3월과 4월에는 시험을 볼 수가 없다. IRS 에서는 3,4월 두달동안 혹시 바뀐 세금제도가 있으면 그 부분을 반영해서 시험 문제를 수정하기 때문이다.  시험은 세과목으로 이루어져있다. 개인세법, 법인세법, 그리고 납세자 대행 등 실무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한과목당 100문제가 나온다. 세과목이니 모두 300문제다. 300문제 전부 객관식이다. 100문제를 3시간 30분안에 풀면 된다. 하루에 한과목씩만 합격해도 된다. 나머지 두과목은 나중에 합격하면 된다. 세과목을 모두 2년안에만 합격하면 EA 자격이 주어진다.

매년 IRS에서는 세금과 관련된  포럼을 개최한다. 이 포럼에는 미국 전역에 있는 세금보고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납세자들의 세금보고를 대행해 주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이다. 매년 참석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포럼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EA, 즉 연방세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단히 부러워 한다. 우러러 보는 것같다. 납세보고를 수십년씩 한 경력이 있는 사람도 실제로 EA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얻어서 납세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격증은 다른 일을 할때도 도움이 된다. 고객중에 아주 똑똑한 분이 계시다. 어떤 회사의 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맡고 계신분이다. 세법과 관련해서 참 많이 알고 계시고 참 빨리 이해하신다. 알고보니 EA 자격증을 갖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