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가짜 정보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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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옛날에는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이 곧 권력이었다. 대중에게는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고 통신이나 교통도 발달하지 않아서 정보 자체가 귀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정보를 차단하는 ‘검열’이 자유를 위협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정보의 바다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넘쳐난다. 권력이 없어도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가있다. 그러다보니 받아들여야 할 정보보다 오히려 무시해야 할 정보가 더 많다. 가짜 정보도 넘쳐난다. 그래서 오늘날은 어떤 정보를 무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지식이자 권력이라는 말이 생겨난다. 이제 권력을 가진자들은 더 이상 검열하지 않는다. 가짜 정보를 흘려서 대중을 혼란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

 

2013년 10월에 있었던 일이다. 스웨덴에 기반을 둔 핑거프린트 카드(FingerPrint Cards)라는 회사의 주식이 갑자기 급등한다. 이 회사는 상장이 되어있는 회사였는데, 지문이나 홍채인식등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생체인식을 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이 회사의 주식이 몇분만에 50%이상 갑자기 올랐던 것이다. 이 회사의 주식이 이렇게 갑자기 오른 이유는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이 소식은 몇시간 뒤에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잘못된 뉴스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 회사의 주식은 다시 급락을 한다. 하지만 이 몇시간 사이에 거짓정보를 흘린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서 수십억을 챙길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13년 4월 23일에 트위터에는 백악관에 폭발사고가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 소식이 가짜였다는 사실은 2분만에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2분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1,250억달러가 사라진다. 물론 6분이 지나고 주식시장은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었지만 이 6분 동안에 사기꾼들이나 이 정보를 이용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을 것이다. 이건 누군가가 그냥 돈을 번 것이 아니다. 거짓 정보를 이용해서 아무 죄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훔쳐간 것이다.

 

이런 일은 지금도 여러나라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계속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회사의 CEO가 죽었다거나, 특정 회사가 엄청난 기술을 개발했다거나 하는 확인 되지 않은 소식들이 계속해서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끝이 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가짜 뉴스는 판을 쳤다. ‘어떤 상원의원이 어떤 대통령후보의 지지를 선언 했다’더라, 또는 ‘어떤 후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더라와 같은 가짜뉴스는 그래도 양반인 셈이었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거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을 언론에 알린 FBI직원이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거나 하는 뉴스를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짜 뉴스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바꾸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2014년에 한국에서는 외국으로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 난다고 믿고 해외로 피신을 한 것이었다. 그들은 말레이지아나 필리핀 같은 나라에 가서 하루에 천원 남짓한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단다. 이 사람들의 가족에 따르면, 피난을 떠난 사람들은 한국에서 2014년 12월에 전쟁이 벌어진다고 믿었단다. 그런데 피난을 간 사람들 모두 어떤 재미교포 전도사를 하는 여인의 말을 믿고 그렇게 한 것이었다. 이 전도사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어린이 인육을 먹고 여성들을 제2의 정신대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해 진다. 그녀는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전쟁 날짜를 유투브에 공개했다는데 당시 그녀가 공개한 날짜는 2014년 12월14일 새벽 4시30분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날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재산을 정리하고 피난을 떠난 사람들은 그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과 무질서가 사실은 전쟁상태라고 믿고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주는 폐해는 막심하다. 경제적인 손실 뿐 아니라 한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거나 한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뉴스나 소식은 믿지 않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소식을 걸러낼 수있도록 평소에 여러 방면의 지식을 골고루 쌓아 두고 산처럼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