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공립학교(CPS)의 재정난이 커지면서 각 학교가 학부모 모금, 시설 대여료, 휴대전화 기지국 임대 수입, 학생회비, 외부 보조금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돈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CPS 직영 학교들은 2025 회계연도에 자체 조성 수입 4,800만 달러를 사용했다. 이는 2021년보다 78% 늘어난 규모다. CPS는 올해 7억3,250만 달러의 적자를 안고 있으며, 장기 부채와 연금 부담, 노후 시설, 부족한 주정부 지원금까지 겹치면서 학교별 예산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과거 학교 자체 모금은 주로 부유한 지역 학교들이 현장학습이나 학생 클럽, 장비 구입 등 부가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는 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시설 보수 같은 필수 항목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스사이드의 아문센 고등학교는 2025년에 모금액과 기지국 수입, 보조금 등 외부 수입 89만4,000달러를 운영비로 썼다. 이는 학교 전체 예산의 약 5%에 해당하며, 일부 직원 급여에도 투입됐다.
사우스사이드와 웨스트사이드의 고빈곤 학교들도 자체 수입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켄우드 아카데미는 학교 시설을 교회, 비영리단체, 스포츠 리그 등에 빌려주고 학부모 단체를 통해 기부금을 모아 2025년에 외부 수입 41만8,983달러를 사용했다. 남서부 지역의 80개 학교도 2021년 이후 외부 수입 지출을 세 배 이상 늘렸다.
하지만 자체 수입 확대는 학교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부유한 지역이나 명문 선발 학교는 학부모와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큰돈을 모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 학생이 많은 학교는 같은 방식으로 수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터 페이튼 칼리지 프렙을 지원하는 학부모 단체는 2023~2024년에 78만6,000달러를 모금한 반면, 켄우드의 학부모 단체 모금액은 지난해 5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CPS는 학교 시설 대여를 장려하고 있으며, 일부 시설 사용료를 교육구가 가져가는 방식도 도입했다. 또 학교들이 인력 배정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자체 특별기금을 먼저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체 모금이 당장의 예산 부족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모든 학생의 필요를 감당할 수 있는 지속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산 삭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학교는 자체 수입을 사실상 생명줄처럼 여기고 있지만, 공교육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학교별 모금 경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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