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법무부가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시에서 시행 중인 미국 최초의 흑인 대상 과거사 보상 프로그램을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 정책이 인종을 기준으로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여 연방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위헌 소송에 공식 합류했다.
202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919년부터 1969년 사이 에반스턴에 거주하며 주거 차별을 겪은 흑인 주민과 그 후손들에게 주택 수리나 대출금 지원 목적으로 인당 25,000달러를 지급하는 정책이다. 사실 이 시기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대도시들은 지도에 붉은 선을 그어 흑인의 대출을 막는 ‘레드라이닝’과 계약서에 흑인 매매를 금지하는 ‘인종 제한 조항’을 통해 조직적으로 흑인을 격리했다. 이는 흑인 가정을 향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에반스턴시가 먼저 보상에 나선 배경에는 프리츠커 주지사의 진보적인 기조와 정책적 영향이 깊게 깔려 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과거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과잉 단속으로 흑인 사회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며 그 세금을 소외 지역에 환원하는 정책을 전폭적으로 밀어붙였다.
에반스턴시는 이러한 주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합법 대마초 판매세 수익을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이상한 정책을 도입해 지금까지 7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하지만 대마초 세금 수익이 시의 당초 기대치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걷히면서,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다른 부동산 세금을 끌어다 쓰거나 대체재인 유사 대마(Delta-8)에 추가 과세를 검토하는 등 정책적 폐단과 재정난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법무부 측은 “취약 계층을 돕는 올바른 방법이 있지만, 단순히 인종만을 기준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위헌성을 강조했다. 주지사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촉발된 에반스턴의 실험에 연방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인종 기반 보상 정책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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