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구절초와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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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젊음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젊음을 손 안에 쥐어 봤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젊음을 부러워 함은 물론이지만, 젊음에 대한 찬사도 아낌없이 보내고 있다.  또한 늙음 속에 있는 사람은 늙음으로서의 진가도 잘 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면 젊음과 늙음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배우면 좋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적이지가 않다. 예전 같이 느린 템포의 사회라면 모를가,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비전의 시대인 것이다.  빠르게 변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고전을 찾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전에는 크레용( Crayon ) 색이 8가지 인것을 가지고  미술시간을 맞이 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와서는 크레용의 색이 128개 짜리도 있다.  그러니 예전 사람들은 색의 다양함에 대한 인지감각이나, 심미안적 감각이 무디어서 정확한 색의 구분을 할 능력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이 배워야 할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九折草)라는 다년생 초본식물이 있다.  이 꽃은 음력 9월9일에 아홉개의 마디가 생긴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이 꽃의 색갈이 담홍색이거나, 백색인데, 주로 백색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구절초의 꽃말은 “ 어머니의 사랑, 순수, 고상, 우아한 자태.“ 로 되어 있다. 이 꽃이 유독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국화꽃의 색이 다양하기에 그 중에 백색에 가까운 구절초는 순백같이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 꽃을 보고 하얀색이라고 하면, 아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나이든 사람들이 아는  참 하얀이 무슨 색인지 조차 궁금해 진다.

   한자로 쓰는 색 (色) 은 의미가 다르게 쓰일 경우가 있다.  이 색(Color)의 의미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을 의미하는 거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라고 쓸 때의 색은 ?, 존재하는 것은 허공과 다르지않다라는 의미이므로 여기서 색이란 물질계 (物質界) 를 말하는 거다. 고전을 알면 이렇게 다른것도 유추하게 되지만, 예전과 지금의 학교교육이 다르기에, 사용 언어의 다름으로 인하여 소통에도 문제점이 있게 되었다.

  가을이면 또하나의 이름을 알아야 할 꽃이 있다. 금계국(金鷄菊)이라는 국화꽃이 있다. 닭의 벼슬과 같이 금색이라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의 순수한국어로는 “황금닭벼슬국화 “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꽃의 색은 노란색에 가깝지만, 황금색이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물리적인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것은, 호기심이나 용기, 또는 자신감을 잃을 때 빨리 늙는다고 한다. 하얀 구절초와 금계국도 자기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감정도 습관이 될 수가 있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감정을 갖게 되면 밝은 노년이 될 수가 있다는 거다.  꽃들 중에 별로 아름답다고 평가를 받지 못하는 구절초와 금계국도 이름을 멋지게 가지고 있으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노년이 되었다하여 기 죽지 말고, 자기의 존재 가치를 들어 낸다면, 편안한 마음의 소유자가 될 수가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돈이 늙음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오로지 그 동안 쌓아온 경험의 빛이 밖으로 발산이 될 때만이 구절초도 되고, 금계국도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등이 굽어 진다하여 마음마저 굽어지면 안되고,  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생각마저 느려지지 않게 자신을 갈고 땩아 봄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