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틱톡’ 정신질환 자가진단 영상, 치료 방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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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청소년들이 SNS에 나도는 영상만 보고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과잉 자가진단해 정작 필요한 치료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정신질환과 관련된 이같은 잘못된 정보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권익옹호 비영리 기구인 미국정신질환연합(NAMI)에 따르면 ‘경계성 인격 장애’ 해시태그가 붙은 동영상 시청 건수는 무려 6억 회에 달하지만 실제로 이 병명으로 진단을 받은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1.4%에 불과하며, 특히 청소년에는 이런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청소년은 아직 인격 형성이 완전히 되지 않은 데다, 대인관계 불안이나 충동적 행동 등은 10대 청소년의 전형적 행동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해리성 정체성 장애라고도 불리는 다중인격장애 진단을 받는 경우는 더 드물어 미국 전체 인구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병명의 해시태그가 붙은 틱톡 비디오 시청 건수는 7억 회가 넘는다.

이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중 다수는 아직 인격형성이 덜 된 청소년이다.

기껏해야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 청소년이 틱톡 비디오를 보고 자신이 특정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고 확신하면 정작 알맞은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지고 가족들과 불화를 겪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 신문은 웨스트버지니아 세난도어에 거주하는 사만다 프리들리(18)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10살 때 불안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매일 새벽 3시까지 각종 정신병 증상에 관한 틱톡 비디오를 보다 자신이 경계성 인격장애와 양극성 장애, 다중인격 장애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맹신하게 됐다고 한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브리앤 슬레이 박사는 “특정한 진단법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이 정신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주위에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틱톡 비디오를 만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스스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진단하는 10대 청소년의 부모가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일단 자녀의 말을 그냥 들어줄 것을 권유한다. 자녀의 자가진단을 부정하거나 어떤 감정을 보일 경우 자녀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레이 박사는 우선 자녀에게 왜 그렇게 진단을 내렸는지, 혹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 없는지 물으라고 권한다.

또 이런 질문을 생략하고 자녀가 계속 자가진단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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