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스카페이스( Scarface 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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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이민 초창기에 동네 비디오 대여점의 단골이었다. 비디오방 주인은 이란에서 온 중년의 부부였는데 영화를 좋아하고 이민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새로 나온 영화도 나에게 먼저 주고 좀 오래 된 영화는 무료로 빌려주었다. 어느 날 주인 남자가 자신이 본 영화 중 최고라며 새로 나온 비디오를 건넸다. 나는 영화를 고를 때 무척 신중한 편이다.  처음 보는 작품은 비디오 테이프 겉 표지의 스틸 사진과 설명을 찬찬히 읽어 보고난 후 결정했다.  하지만 흑과 백으로 나뉘어진 배경 위로 총을 쥐고 고개를 떨군 채 서있는 남자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호기심이 생겼다. 어쩌면 저렇게 쓸쓸하고 허무해 보일 수 있을까. 설명도 안읽고 가져왔다.  그날 저녁 영화를 보면서 발등을 찍고 싶었다. 1분마다 나오는 욕설과 툭하면 총쏘고 피범벅인 폭력에 적나라한 마약 거래 씬들은 문화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충격이었다. 대작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재능있는 각본가 ‘올리버 스톤’을 고용해  1932년판 ‘스카페이스’를  1980년 쿠바  ‘마리엘 엑소더스’ 때 마이애미에 정착한 쿠바인 마약왕 이야기로 새롭게 각색했다. 상영 당시 생생하고 잔인한 폭력 장면과 욕설등으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1980년대 말 힙 합 문화와 랩 뮤직, 코믹 북스와 비디오 게임등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재에도 영화 포스터와 주인공 얼굴 티셔츠가 팔리고 컬트 클래식 명작으로 사랑받는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왔는데 미국 내 인기 순위10위 안에 들었다. 사십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고 잔혹하고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  ‘대부’의 ‘알 파치노’가 독선적이고 무식하고 촌스럽지만 은근히 인간적인 주인공 ‘토니’를 더 할 수없이 매력적이고 서늘하게 연기했다.

1980년, 쿠바에서 탈출한 ‘토니 몬타나’는 친구 ‘매니’와 ‘엔젤’, ‘치치’와 마이애미에 도착해서 난민 캠프에 수용된다. 지역 마약 두목 ‘프랭크’의 하수가 토니에게 캠프에 있는 쿠바 장군을 살해하면 영주권을 주겠다고 접근한다. 토니 일당은 장군을 죽이고 그 댓가로 풀려나서 식당에 취직한다.

허드렛 일을 하던 토니는 프랭크의 심복 ‘오마르’에게 콜롬비아 갱단에게 마약을 사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상대 갱단의 공격으로 엔젤이 죽자 그들을 처치하고 마약과 돈을 프랭크에게 가져다 준다. 토니와 매니는 프랭크 밑에서 일을 하고 어머니와 여동생 ‘지나’도 미국에 온다. 토니는 프랭크의 애인 ‘엘비라’에게 관심이 가고 매니는 지나를 좋아하게 되는데 여동생을 끔찍히 사랑하는 토니가 반대한다. 프랭크의 명령으로 토니는 오마르와 볼리비아로 날아가서 그곳 마약왕 ‘소자’와 거래를 시도한다. 소자가 오마르를 의심해서 죽이고 토니는 소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살아 남는다.  프랭크는 토니를 없애려다가 도리어 토니와 매니의 손에 죽는다. 토니는 지역 마약 판매를 독점해서 거대한 기업을 세우고 엘비라와 결혼한다. 1983년, 토니는 돈세탁과 탈세 혐의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다. 소자는 자신의 마약 거래를 발표하려는 볼리비아 저널리스트를 살해하면 정치 인맥을 동원해서 감옥에 안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토니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기 싫지만 어쩔 수없이 동의한다. 성격이 불안정하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토니에게 질린 엘비라는 그를 떠나고, 지나와 매니가 결혼한 사실을 모르던 토니는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총을 쏴서 매니가 죽는다. 저널리스트의 차에 폭탄을 터트리려는 순간, 그가 아내와 딸들과 차를 타는 것을 보고 토니는 차마 가족들까지 희생시킬 수 없어서 포기한다. 계획이 틀어지고 자신의 범법 사실이 드러나게 된 소자는 용병 일개 군단을 토니의 집으로 보낸다. 수십명의 킬러들이 토니의 저택을 공격한다. 지나를 포함한 토니의 측근과 부하들이 죽고 토니는 마지막에 총알 세례를 받고 수영장으로 떨어진다. 수영장 물이 서서히 핏빛으로 물드는데 그 옆의 청동 지구본에 새겨진 문구 “THE WORLD IS YOURS.” 가 우습고도 슬프게 엔딩을 장식한다.

당시 무명이었던 ‘미셸 파이퍼’는 엘비라역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역으로 오디션을 본  ‘F 머레이 에이브러햄 ‘은

비중이 적은 오마르 역으로 촬영하던 중 아마데우스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고 온 스탭의 축하를 받았다. 무려 40년이 되어가는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서 여전히 많은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갱스터 무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