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곡창지대 농가 파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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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화, 관세전쟁 여파로 농산물 가격 급락

미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중서부 ‘팜 벨트'(Farm Belt)가 러시아와 브라질 등 국제경쟁 격화와 중국 등과의 관세전쟁 여파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십년내 최악의 곤경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연방통계자료를 인용,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팜 벨트 농가들의 파산보호신청이 ‘최소한 지난 10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지난해 위스칸신, 인디애나, 아칸사, 노스다코타, 캔사스 등 미국 최대 곡창지대를 관할하는 제7∼10 순회항소법원에 최소한 지난 10년새 가장 높은 규모의 파산보호신청이 제기됐다면서 10년 전인 지난 2008년에 비해 59%에서 96% 증가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연방농무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미국 전체 농업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저널은 최근 전 세계적인 생산 과잉으로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데다 농업 대국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경쟁 가세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비롯된 무역 전쟁으로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농산물 바이어들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기피하는 바람에 농산물 시장이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과 멕시코 등이 유지작물(오일시드)과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대두와 돼지고기의 국내 비축이 기록적 수준에 달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또 미국산 치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미 우유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낙농가들은 또다른 타격을 받았다. 생산 과잉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은 농산물 원자재를 필요로 하는 바이어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관세로 인해 농산물의 글로벌 유통이 왜곡되면서 농가들에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농지 임대형 대형 농장들과 가족 단위 소규모 농가들의 연쇄 파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농가들의 부채도 지난해 4,090억달러로 거의 40년 만의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농지 가격 급락과 금리 상승으로 많은 농가가 한계상황에 내몰렸던 지난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농가 운영을 위한 자금 대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를 기록한 가운데 농가들은 잘나가던 시절 사들인 ‘세컨드 하우스’를 처분하는가 하면 가족들은 의료보험 등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농가 외 다른 직업을 구하는 등 힘든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또 경작 농지를 대폭 줄이면서 농기구 등을 팔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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