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피하려 조국 등진 우크라 남성들 ‘도덕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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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등으로 불법입국 사례 흔해
“체포된 대다수가 망명 신청”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징집을 피하고자 조국을 떠난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국가총동원령이 내려진 우크라이나에서는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가 소집되면서 18∼60세 남성은 출국이 금지됐다.

도피를 택한 50대 볼로디미르 다눌리브는 조카 두 명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 전쟁에서 어떻게 싸우겠냐”며 “내 가족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 도망쳤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대중의 비난이 쏟아진 사례도 있다.

성공한 20대 패션 사진작가인 보바 클레버는 친구에게 “밀입국자들한테 5천 달러(약 617만원)를 주고 헝가리를 통해 런던으로 몰래 들어왔다”고 알렸다가 이 사실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면서 살해 위협 메시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우크라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볼로디미르는 자신이 좋은 병사가 되지 못할 것 같아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끄럽다”며 “난 이 전쟁으로부터 도망쳤고 이는 아마 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NYT는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폴란드나 몰도바 등 인근 국가로의 불법 입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남부 국경과 맞댄 몰도바에서는 국경 통제가 비교적 허술해 밀입국 알선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늦은 밤 밀입국 주선자들과 우크라이나 의뢰인이 몰도바 국경에서 감시·통제가 허술한 장소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통상 밀입국이 이뤄진다고 몰도바 당국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몰도바 당국은 2월말부터 밀입국 알선조직 20개 이상을 적발하고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1천91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은 전부 우크라이나 남성이었다고 한다.

붙잡히면 몰도바에 망명을 신청하거나 우크라이나로 되돌려 보내지는데 체포된 사람 가운데 약 1천명이 망명을 신청했고 나머지 소수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인도됐다고 몰도바 관계자들은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종교나 신념 상의 이유로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은 전장에서 직접 싸우는 대신 운전병을 맡는 등의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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