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보험 있어도 월 최소 수백 달러 부담
▶ 보험 잃을까 사표 못 내는 직장인들 급증
▶ 절반 이상은 “앞으로 감당 못할까 두렵다”
건강보험료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개인 가입자는 물론 기업들의 재정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이 있어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매년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의료 보험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재정 부담이 되고 있다.
한인 기업에 근무하면서 본인과 아내의 의료보험 커버리지를 받는 정모씨는 매달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건강 보험료가 850달러를 넘는다. 이 금액이 매달 월급에서 고스란히 빠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건강 보험료가 매년 많게는 거의 100달러 가까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보험료만 1만달러 이상을 부담하는 셈이다.
또 다른 한인 직장인 박모 씨의 경우 아내와 두 자녀 등 4인 가족의 보험료로 매달 무려 1,100달러 넘게 지불하고 있다. 이들 한인 직장인들은 “월급은 오르지 않고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생활비가 오른 상황에서 보험료로 빠지는 개인 부담 보험료 때문에 오히려 월급이 감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60대 초반의 또 다른 한인 직장인 김모씨는 건강보험료 재정 부담에도 건강보험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김모씨는 65세 메디케어 수혜 연령이 되면 은퇴를 고려할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직장을 다닐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서는 “직장인은 회사 보험이 있으니 의료비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카이저 패밀리 재단(KFF)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가 건강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더라도 근로자가 월급에서 내는 본인 부담 보험료 및 전체 건강 보험료는 계속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파트타임으로 돌리거나 독립계약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과 개인이 부담하는 가족 건강보험 평균 연 보험료는 약 2만6,000달러 수준에 달하며 곧 3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본인 부담 평균 금액도 연 6,000달러 이상 된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이다. 보험 종류, 지역, 회사 규모, 가족 구성원 여부에 따라 근로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보험료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평균적으로 보험료 부담은 훨씬 더 높다.
월급에서 매달 수백 달러, 많게는 1,000달러 이상이 빠져나가면서 주택비, 식료품비, 자동차 비용 등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직장인의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은 필요한 진료나 처방약 비용을 제때 부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51%는 앞으로 1년 동안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건강보험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직장에 계속 머무르는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높은 의료비와 직장 중심의 건강보험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잡 록’(Job Lock·직업 고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웨스트헬스-갤럽 조사에 따르면,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을 제공받는 근로자의 24%가 건강보험 상실 우려 때문에 이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전체 규모로 환산하면 약 2,300만명에 달한다.
이는 2021년 조사 당시 16%였던 비율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의료비 부담과 보험료 상승이 직장인의 경력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대부분의 직장인은 고용주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직장을 옮기면 더 높은 임금이나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제공하는 보험 조건이 나빠지거나 보험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이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