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와 소통 15: 소통의 규칙 (3)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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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

소통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문화적인 배경을 가집니다. 보이지 않는 소통의 규칙 중에 잘 알려진 것이 제스처 입니다. 같은 모양의 제스처라도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소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 중에 미국에서는 중지를 위로 올리는 것은 욕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는 연세 많으신 어른 한 분은 물건을 가리키며 셀 때 꼭 중지를 뽑아서 물건을 세십니다. 물론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평생 물건을 가리키거나 세실 때 중지를 사용하신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는 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볼 때는 더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를 해 보았습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제스처는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자주 쓰는 OK 싸인 즉 엄지와 검지를 링처럼 둥글게 하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세우는 OK 싸인은 많은 나라에서 긍정 또는 승인의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와 터키, 중동에서는 이 OK 싸인이 ‘여자의 성기’나 ‘항문’을 뜻하는 음란한 제스처로 쓰인다고 합니다.

승리를 나타내는 V 싸인도 비슷합니다. 집게와 중지를 V자 모양으로 세우는 제스처는 보통 승리를 나타내는 싸인이지만, 영국에서는 이 싸인을 쓸 때는 반드시 손바닥이 상대방을 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반대로 손바닥이 나를 향하고 손등이 남을 향하면 그것은 심한 욕설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는 영국과 정반대로 손바닥이 자신을 향해야 승리의 싸인이 되고, 그 반대가 되면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가 된다고 합니다.

하나만 더 소개해 보면 최고를 뜻하는 엄지척을 들 수 있습니다. 엄지척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고, 으뜸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엄지척은 ‘명백한 거절’을 의미하고, 그리스인들은 그것이 모욕을 나타내는 제스처이며, 나이지리아나 중동에서는 ‘음란한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같은 문화권에서도 제스처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여 곤란한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악수할 때 얼마나 손을 꽉 쥐는가에 대한 오해일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부드럽지만 힘있게 악수를 하면서 자신감, 관심, 기대 등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중동에서는 악수를 할 때 힘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기준이 모호한 것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같은 강도로 악수를 해도 혹자는 악수를 할 때 너무 손을 꽉 잡아서 불편했다고 말하고, 또 다른 혹자는 손을 너무 약하게 잡아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대화 중에 다리를 꼬거나 팔장을 끼는 것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보통 다리를 꼬거나 팔장을 끼는 것은 무관심, 닫힌 마음, 삐딱함 등으로 오해 되곤 합니다. 이런 저런 것 다 따지면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라마다 그리고 인종마다 제스처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 다른 해석의 규칙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으면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통의 규칙들을 익힐 수 있는 세심함과 노력이 있다면 우리의 소통실력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