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11을 보내며

1499

이상기 목사(선한 이웃교회 담임/미육군 채플린)

 

몇해전 저도 참석해본 경험이 있던 “Tunnel to Tower 5K Run” 은 16년 전 뉴욕 한복판에서 있었던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으로 순직한 소방관 스테판 실러(Stephen Siller)를 기념하여 열리게 된 5 킬로미터 마라톤 행사입니다. 그날 실러는 당일 근무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불에 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차량들로 가로막힌 부르크린 터널을 통과해 무역센터 타워까지 60파운드의 소방장비를 어깨에 메고 3마일이상을 한걸음에 달려왔던 것입니다. 당시 그곳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은 셀러를 포함해340명이나 되었습니다.  2001년 9월 11일은 전미국인의 가슴속에 잊을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좌절을 안겨준 날이었습니다. 거대한 두개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의 폭발과 함께 불에타 무너져 내릴 때, 국민들은 자신의 땅안에서조차 테레리스트들에게 공격당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같은 시련은 예기치 않은 수많은 아름다운 일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높은 빌딩마다, 경기장 마다, 가정마다 사람들은 국기를 내어 걸었고, “God bless America!”를 부르며 나라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교회와 템플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였고, 인종과 종교를 넘어 미국인들은 하나가 되고자 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남부엔 자연재해로 인해 천문학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텍사스에 있었던 허리케인 하비(Harvey)와 금주 플로리다에 닥친 허리케인 어마(Irma)로 인해 집과 건물이 물에 잠기고, 도로는 유실되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수해지역에 가장 먼저 나타나 사람들을 구출하고 돕는 구룹(Cajun Navy) 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름아닌 이웃 루이지나에서 자신을 트럭과 보트를 몰고 한숨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몇해전 자신들도 카트리나로 인해 큰 고통을 당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였습니다. 자연이 가져다준 시련으로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이웃들이 보내는 관심과 기도 그리고 후원을 통해 그들은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종과 정치 그리고 종교에 따라 극심하게 나눠져가는 미국사회가 오히려 자연이 준 시련을 통해 치료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어떤면에서 사회든 국가든 그리고 개인이든 시련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성경에 보면 모세는 이스라엘의 후손들에게 조상이 걸었던 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자자손손 후세들에게 필히 가르키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신명기 8 &11장) 왜 조상들이 40년간 광야의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후세들의 마음판에 분명히 새기도록 당부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후손들에게 너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떤 출신이고, 어떻게 민족을 이루게 되었는 지에 관한 민족의 정체성을 가르치라는 당부였습니다.  그 가르침의 주제는 ‘하나님이 이 민족의 고난속에서도 전후좌우에서 지켜주셨기에 민족의 역사가 있을 수 있었다’는 내용였습니다.  그러므로 삶의 자세는 하나님앞에 절대적으로 겸손하라는 것이며, 어떤 자연의 위협이나 인생의 시련을 넘어 지속적인 하나님의 축복이 있음을 믿고 사는 태도여야 한다는 가르침였습니다.

 

오늘 자연재해로 인한 시련가운데 있는 우리의 이웃들과,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9/11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간절한 기도와 함께 시편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에 빠지든지

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라리로다.” (시편 46:1-3)

아멘!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