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233만명인데···“검사속도 늦춰라”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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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코로나19 사태 후 첫 대선 유세를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오클라호마은행센터(BOK)에서 재개한 가운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지지자들이 트럼프 연설에 열광하고 있다.(AP)

트럼프, 석달만의 유세서 “검사 많으면 확진자도 많아”
논란 일자 캠프측 “농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20일 실내체육관에서 대규모 대선 유세를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 정부에 ‘양날의 칼’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농담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연 대선 유세에서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은 2,500만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나쁜 점은 광범위한 검사가 너무 많은 확진자 기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 규모로 검사를 한다면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사례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제발 검사속도를 늦추라고 당부했는데, 그들은 검사하고 또 검사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0여만명, 사망자는 12만여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의 안전과 건강보다 정치를 우선시했다고 즉각 비판했다. 바이든은 이날 낸 성명에서 “오늘 밤 대실패한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검사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이는 명백히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좋게 보이게 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연 것은 지난 3월 2일 이후 110일 만이다. 실내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면 코로나19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실내체육관에서 대선 선거 유세를 재개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 탓인지 유세장은 빈자리가 많았다. 심지어 유세를 준비했던 트럼프 캠프 관계자 중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거의 100만명이 유세를 위한 티켓을 신청했다”고 자랑했지만, 1만9천석 규모 BOK센터 관중석은 3분의 2만 찼을 뿐이다. 트럼프는 애초 BOK센터 밖에서도 한차례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관중이 없어 취소됐다.
그러나 유세장 안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감지되지 않았다. 상층부는 좌석 상당수가 비어있었지만, 아래층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참석자의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주최 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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