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동상 ‘수난’···훼손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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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데이 대신 ‘원주민의 날’ 지정 움직임도 확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국경일인 ‘콜럼버스 데이'(10월 두 번째 월요일)를 맞아 미전역에서 콜럼버스의 동상이 훼손되는 수난을 겪었다.

14일 NBC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시 다운타운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에는 누군가가 얼굴에 붉은색 페인트를 붓고, ‘집단 학살 기념을 중단하라’고 적힌 표지판을 걸쳐놨다.<사진/AP> 콜럼버스가 북미지역을 식민지화하고, 원주민 학살과 노예제 확산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리틀 이탈리’에 있는 콜럼버스 상에는 누군가가 “모든 집단학살의 기념물을 파괴하고, 모든 식민지 개척자를 살해하라’라고 적어놨다.

최근 미국에선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 기념하자는 여론이 높다. 특히 원주민 상당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식민지 개척자의 행위를 인정, 연방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처사라며 항의하고 있다. 원주민 옹호론자들이 수년에 걸쳐 주정부를 압박하면서 뉴멕시코주를 필두로 현재 10여개 주가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바꿔 기념하고 있다. 또 100여곳 이상의 도시와 마을, 대학 캠퍼스도 원주민의 날 기념 행렬에 동참했다.

뉴햄프셔주에선 원주민의 날로 바꾸기 위한 법안이 현재 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며 내년 1월 입법부의 회기가 시작되면 이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39개 부족의 고향인 오클라호마는 10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 겸 원주민의 날’로 공동 지정해 표기하는 등 이런 대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계 이민자와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주민의 날 확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와 프로비던스 경찰은 동상을 훼손한 범인을 수사 중이나 아직 용의자를 파악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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