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서 작년 3천명 구금돼
▶ 전체 증가율 크게 웃돌아
▶ 절반 이상 범죄전력 없어
▶ “집·직장 체포” 공포 확산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안과 태평양계(AAPI) 이민자들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해에 11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포된 AAPI 이민자의 절반 이상은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이민 단속이 범죄자뿐 아니라 일반 이민자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USC 형평성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캘리포니아에서 ICE에 체포된 아시안 및 태평양계 이민자는 전년보다 무려 1,10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 전체 ICE 체포 건수가 386% 증가한 것과 비교해 훨씬 가파른 증가세다.
분석 결과 2025년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ICE 체포 10건 가운데 약 1건은 AAPI 이민자가 대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ICE에 체포된 캘리포니아 내 AAPI 이민자는 약 3,000명에 달했다. 특히 ICE 체포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인도, 중국, 베트남, 아르메니아, 라오스 출신이었다.
캘리포니아는 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AAPI 인구가 거주하는 주다. 아시안 아메리칸과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계 주민을 합쳐 72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미 전체 AAPI 인구의 약 30%에 해당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는 ICE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산하 국경순찰대 등이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잇따라 벌였다. 올해 들어서는 대규모 공개 단속보다는 특정 개인이나 장소를 겨냥한 방식으로 단속 형태가 바뀌고 있지만, 이민 단속 자체는 과거보다 훨씬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강화된 단속으로 아시안 이민사회에서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API 시민역량강화교육기금의 티미 루 디렉터는 지난 12일 열린 브리핑에서 “이러한 체포가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있으며, 가족들은 체포된 가족이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허둥대고 공황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ICE에 체포된 AAPI 이민자들의 범죄 전력이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캘리포니아에서 ICE에 체포된 AAPI 이민자 가운데 약 56%는 범죄 기록이 전혀 없었다. 2024년에는 이 비율이 19%에 불과했다. 1년 만에 범죄 전력이 없는 AAPI 체포자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강력범죄자 등 이른바 ‘최악 중의 최악’을 우선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 단속에서는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까지 체포·구금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라큐스대 산하 정부기록정보센터(TRAC)의 최근 자료에서도 현재 이민 구치시설에 수감된 사람 가운데 70% 이상이 형사 범죄 유죄 판결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탁턴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소외된 아시안 커뮤니티 역량강화’의 케이시앤 카보넬 이민·추방방어 캠페인 디렉터는 “사람들이 집 앞에서, 출근길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법원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과정에서도 체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2024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ICE가 보고한 개인별 체포 기록을 UC 버클리의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가 처리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집계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실제로 이뤄진 전체 이민 단속 규모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이 ICE의 체포 기록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국경순찰대를 비롯한 다른 연방기관들도 캘리포니아에서 이민자 체포와 추방 단속을 벌이고 있어 이들을 포함하면 실제 단속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