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1-2017] “도움 주면서 힐링 받습니다”

1958
26일 커뮤니티 봉사활동에 참가한 한인들과 한인회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2년째 커뮤니티 봉사활동 밀워키한인회 귀감

일리노이주와 접경지역인 위스칸신주 밀워키시 한인사회의 구심점인 밀워키 한인회(회장 권종성)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한인회 멤버들은 ‘스트릿 라이프 커뮤니티’(Street Life Community/SLC)라는 주류사회 봉사단체와 함께 두달에 한번씩 토요일마다 시내 웰스파고 주차장에서 타인종 불우이웃들을 위해 생필품과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2년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행사를 본보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 따뜻함이 넘치는 풍경

이날 아침 일찍부터 넓은 주차장엔 질서정연한 긴 줄이 늘여져 있었다. 나란히 정열된 10여개의 테이블 위에는 책, 음료, 세면도구, 간식, 음식 등이 차곡차곡 쌓였다. 10시가 되자 봉사자들은 데이빗 넬슨 SLC 디렉터를 중심으로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 후 봉사를 시작했다. 한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이 봉사활동 초창기에는 한가지라도 더 많이 더 먼저 가져가려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안좋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4년 가까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베푸는 봉사자들의 정성에 수혜자들도 차츰 변해갔다. 서로 양보하고 줄이 아무리 길어도 불평하지않고 묵묵히 기다리며 봉사자들을 향해 “땡큐”를 연발하는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비닐봉투에 순서대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담아 양손이 무거워진 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 남성은 “나 또한 음식을 받으러 왔지만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은 양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밀워키 한인회 멤버들은 이날 빵, 소세지, 케찹, 피클, 스낵 순서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나누어 체계적으로 핫도그를 제공했다. 더 먹는 이들이 있어도 웃는 얼굴로 맞이해준다. 배급이 마쳐질 무렵엔 주차장 한켠에서 데이빗 디렉터가 직접 양말을 신겨주며 새 신발을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웰스파고 주차장에서 펼쳐진 봉사의 현장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 오히려 힐링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인 1~2명이 개인적으로 시작하다가 밀워키한인회 차원에서 동참하게 됐다는 권종성 회장은 “한인회가 한인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것은 많으나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는 거의 없었다. 밀워키 커뮤니티에서 한인사회를 알리고 권익을 찾으려면 무언가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1년에 두 번정도를 계획하고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봉사 첫 날 도우러 갔던 한인회 임원들이 오히려 힐링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후 봉사 횟수가 분기로 늘었고 현재는 두달에 한번꼴로 더욱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평균 200명 정도가 오는데 이번 주는 300인분을 준비했다. 한번 먹고 다시 줄을 서서 또 먹는 분들이 꽤 있어 음식이 남지 않지만 매번 부족하지 않도록 채워져서 감사하다”면서 “한인들이 자체적으로 지역봉사를 벌이는 것도 좋겠지만 이미 체계가 잡힌 주류사회 봉사시스템에 참여해 함께 커뮤니티 일원으로 봉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참여때마다 이웃을 돕고 한인사회도 알리며 자녀들과도 보람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등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열매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빗 넬슨(우) SLC 디렉터가 새 양말과 새 신발을 사비로 준비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한인회 멤버들을 존경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데이빗 넬슨 SLC 디렉터는 위스칸신 메디칼대학병원 교수다. 그는 환자를 보는 시간 이외에 거의 모든 시간을 불우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할애한다. 일하다가도 잠시 시간이 난다면 담요 1개라도 들고 거리로 나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찾아 기도한다. 밀워키지역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같이 8년간 푸드팬트리를 해오던 넬슨은 약 4년전부터는 매주 토요일 오전10시부터 정오까지 웰스파고 주차장에서 노숙자 및 저소득층 가정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토요일 봉사를 위해 30~4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 중 30시간을 쪼개 준비를 한다. 여러 교회들과 단체 등이 이같은 봉사 참여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넬슨 디렉터는 “2년 전부터 한인커뮤니티가 함께 참여해주어 진심으로 기쁘다. 한인회 멤버들은 봉사에 참여할 때마다 이웃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필요한 것들로 섬겨주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한인회 멤버들을 존경(respect)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는 가장 많은 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우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향한 믿음으로 충분한 음식이 준비되고 이웃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흑인, 백인,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들이 모였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섬기는 이 속에서 따뜻함, 친절함,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일에는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고 비오는 저녁에 비상등을 켜며 운전하는 운전자와 같은 심정이지만 이 안에서 동정심과 자비로 우리 공동체는 계속 될 것이다.”

■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배워야

SLC와 한인사회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유창열 대외협력부장은 “밀워키에 사는 한인들이 외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봉사를 해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밀워키 한인회가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실시하는 이 활동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우리 자녀들이 커뮤니티 봉사에 참여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인 부모들이 소수민족으로서 이 사회안에서 자녀들에게 공부만을 강조하기 보다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봉사에 참여시킴으로써 훗날 자녀들이 이 경험을 토대로 어디를 가든지 베풀 줄 아는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남녀노소가 즐거운 밀워키한인회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밀워키한인회는 매년 ▲입양아 설 잔치 ▲3.1절 기념식 ▲경로잔치 ▲광복절 기념식 ▲장학기금마련 골프대회 ▲한국의 날 행사 ▲송년의 밤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뿐만 아니라 백일장, 장학사업 등 차세대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올해 가정의 달을 맞아서는 70세이상 연장자들에게 홍삼 선물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한인회가 계속적으로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한인들의 기부금과 회비, 자원봉사참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밀워키지역 5개 한인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모인 헌금을 한인회 봉사활동에 써달라고 전액 기부해주었고, 자영업자 등 많은 한인들이 물품을 도네이션 해준 게 큰 힘이 됐다. 한인회만이 아닌 밀워키 전체 한인들의 활동으로 점차 번져 봉사활동 범위가 넓혀질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홍다은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