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카불 공항의 비극···“1주일간 20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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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카불공항 담을 넘으려 시도하자 미군이 도와주고 있다. [로이터]

미 정부, 민간 항공기도 아프간 동원 지시
동맹국과 하루새 3,900명 씩 7,800명 대피
IS 위협 제기돼 “공항 이동 피하라” 당부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공항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외부 탈출구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수만 명의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AP통신 등은 22일 영국 국방장관의 성명을 인용,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혼잡으로 인해 전날 아프간 민간인 7명이 더 숨졌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난 7일 동안 카불 공항 안팎에서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공항으로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도 남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서류를 갖춘 사람들도 발이 묶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섯 가족이 함께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카불 공항의 미군 기지로 가라는 미 영사관의 안내를 받았으나 나흘째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여성을 소개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 새 약 8,000명을 아프간 밖으로 대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백악관에 따르면 21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대피한 인원은 7,800명이다. 대피 대상은 미국과 동맹국의 시민권자, 아프간전 때 미국이 이끄는 국제동맹군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군이 투입한 150대의 군용기 외에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민간 항공사 소속 18대의 비행기까지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이 민간기를 투입하는 것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이들 항공기는 카불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아프간을 빠져나와 유럽과 중동 등 미군기지로 이송된 피란민을 수송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카불공항 바깥을 통제하는 탈레반은 대피자의 공항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탈레반이 미국인을 괴롭히고 폭행하거나 아프간 현지인의 내부 입장을 막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가뜩이나 공항 밖에는 탈출을 시도하는 아프간 현지인이 몰려들어 질서를 잡기 힘든 상황에서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 내 미국인을 위협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초비상 상태다. CNN은 IS의 지부를 자칭하는 IS-K라는 테러 단체가 공항과 주변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 21일 당국의 개별 지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카불 공항으로 이동을 피하라는 당부까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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