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도수 낮고 산도 높은 상쾌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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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기빙 와인은 가벼운 것으로 손님 1명 당 1병 씩 준비하는 게 좋다.[Tony Cenicola/The New York Times]

■ 추수감사절 식탁 와인 고르기

화이트 . 레드 각각 준비, 다양한 제품도 좋아
와인 애호가들 아닌 가족 모임임을 염두
졸리는 것보다는 활력 주는 제품 고르도록

뉴욕타임스 와인패널이 이른 땡스기빙 디너를 가져온 것도 15년이 넘는다. 할러데이 식탁에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할러데이 와인을 고르느라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유용한 팁이다. 꼭 알아둘 것은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식탁은 망칠래야 망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의 땡스기빙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온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은 그것을 더 즐겁게 해주는 별도의 즐거움일 뿐이다. 따라서 음식과 와인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단지 하나 주의할 것은 절대 양이 모자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가이드라인은 와인 패널이 해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할러데이 와인 준비의 노하우다. 해마다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겠다.

■와인 선정 가이드라인
▲손님 한 사람 당 와인 한 병을 준비한다. 너무 많다고 느껴질 지 모르지만 언제나 남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 많이 남으면 손님들 갈 때 선물로 한 병씩 줘도 좋으니까.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로 준비한다. 화이트와 레드 각각 하나씩 선정해서 여러 병 사도 좋고, 아예 다양한 종류를 준비하여 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병마다 맛을 보겠다고 다 열어볼 수도 있으니 그런 야단과 무질서가 싫은 사람은 각각 한 종류만 서브하면 된다.
▲간단하게 서브한다. 스파클링 와인부터 디저트 와인까지 코스별로 다 준비하면 멋지겠지만 화이트와 레드, 어쩌면 로제 정도까지만 낸다. 또한 와인애호가들이 모이는 식탁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와인을 서브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잠깐 식탁의 화제를 모으기 위해 하나 정도 특이한 와인을 따는 것은 괜찮지만 잊지 말 것은 와인은 잔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잔치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벼운 와인이 좋다. 추수감사절 행사는 때로 종일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그럴 때는 마셔서 졸린 와인보다는 활력을 주는 와인이 좋다. 즉 알코올 도수는 비교적 낮고 산도가 높은 상쾌한 와인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스파클링이나 디저트 와인은 필요할 때 살짝 한두 잔이면 족하다. 많이 마시면 장시간 파티에서 피곤해질 수 있다.
▲음식과 와인 페어링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디너파티에 오는 사람이 8명이라면 요리 코스마다 와인을 매치해서 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많을 경우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고, 여러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와인을 서브하면 된다.
태닌, 당도, 오크향이 강한 와인은 매치가 쉽지 않다. 그보다는 산도가 높고 드라이한(달지 않은) 와인이 여러 음식과 대체로 잘 어울린다. 발랄한 산도를 가진 화이트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 슈넹 블랑, 리즐링, 일부 샤도네가 있고, 특히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들이 산도가 높다. 레드 와인 중에는 보졸레, 바베라, 피노 누아가 그렇고 서늘한 지역에서 나온 와인들을 택하는 것이 좋다.

■와인 패널이 선정한 와인
해마다 땡스기빙 와인 패널은 한 사람이 2병씩 가지고 와서 만찬에 임했다. 올해는 나와 함께 줄리아 모스킨, 플로렌스 파브리칸트, 피트 웰스, 그리고 시음 코디네이터인 버나드 커슈가 패널 멤버들이었으며, 각자 25달러 이하의 와인 2병(레드와 화이트, 혹은 로제)을 가져왔다.
로제는 최근 몇년 사이 인기가 크게 높아졌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이 지나면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좋은 로제는 연중 내내 맛있게 마실 수 있고, ‘다목적’ 와인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추수감사절 식탁에서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피트는 뉴욕산 로제(Terrassen Finger Lakes Blaufrankisch Rose 2018 $20)와 캘리포니아 진판델(Three Contra Costa County Zinfandel “Red Label” 2017 $19)을 가져왔다. 핑거 레이크의 테라센 와이너리가 오스트리아 품종 블라우프란키쉬로 만든 로제는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프레시하고 생기가 넘쳤으며 짜릿한 플레이버가 입맛을 한껏 돋워주었다. 진판델은 알코올 도수가 15.2도로 조금 높았고 조금 달기도 했지만 생동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나드는 화이트(Centopassi Terre Siciliane Tendoni di Trebbiano 2017 $20)와 로제를 가져왔다. 시실리에서 트레비아노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리치하고 신선하면서도 기름진 텍스처를 갖고 있어서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은 품종과 관계없이 다 음식과 잘 어울린다. 나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즐겨 마셔온 이탈리안 화이트(Tiberio Trebbiano d’Abruzzo 2018 $19)를 가져갔는데 에너제틱하고 구조감이 좋아서 환영받았다.
소비뇽 블랑은 언제나 믿을 만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플로렌스와 줄리아가 한 병씩 가져왔는데 플로렌스의 남아공 와인(Indaba Western Cape Sauvignon Blanc 2018 $10)은 가격이 너무 착하고 솔직 담백하며 가볍고 단순한 와인이었다. 그녀가 가져온 레드(Montpellier California Pinot Noir 2016 $8)는 그보다 더 쌌지만 피노 누아의 맛이라고 할 수 없었다. ‘투벅척’ 찰스 쇼 와인으로 유명한 브롱코 와인 컴퍼니가 만든 것으로, 피노 누아에 다른 품종을 섞었으니 맛이 좋을 리가 없다.
줄리아의 소비뇽 블랑(Domaine du Vaux St. Georges Touraine-Chenonceaux Sauvignon Blanc 2017 $18)은 프랑스 루아르 산으로 남아공 산보다 좀더 진하고 깊이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선택은 가벼운 인다바였다. 그녀의 레드(Agriverde Montepulciano d’Abruzzo Piane di Maggio 2017 $13)는 피노 누아나 진판델보다 밝고 과일향이 많고 태닌도 있는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였다.
가장 인기 있었던 와인은 내가 가져간 레드(La Ferme des Sept Lunes Vin de France Syrah-Gamay 2018 $24)였다. 프랑스 북부 론의 시라와 가메이를 섞은 이 와인은 가메이의 흥겨움과 시라의 흙성이 합해진 땡스기빙의 제일 선택이었다.
두 번째로 인기 있었던 레드는 버나드의 카버네 프랑(Keuka Lake Vineyards Finger Lakes Cabernet Franc 2017 $22)으로, 맛은 강렬하지만 무게감이 적고 상쾌한 각종 향이 기분 좋게 퍼지는 와인이다.
<By Eric Asi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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