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품에 와락···‘미나리’ 감독 딸 씬스틸러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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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발표되자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딸이 아빠를 와락 안고 있다.[로이터]

■ 78회 골든글로브 현장
‘마음의 언어’ 소감 화제
중국계 여성 감독 작품상
아시안 여성으론 첫 수상

아시아와 흑인, 넷플릭스. 지난달 28일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결과를 압축하는 세 단어다. 아시아계의 약진이 눈부셨고, 흑인의 선전이 돋보였으며 넷플릭스의 위력은 새삼 놀라웠다. 이날 시상식은 베벌리힐스와 뉴욕에서 동시에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염려로 최소한의 행사 인력만 참여했고, 각 부문 수상자들은 온라인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현장과 결과, 이모저모를 정리한다.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해맑은 표정의 딸과 함께 전한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감독은 자택에서 7살 딸 리비아를 꼭 끌어안은 채 수상 소감을 밝혔고, 온라인에서는 이 장면을 보고 감동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 감독의 딸 리비아는 당시 미나리가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아빠를 와락 끌어안았고 “(아빠가 상을 받기를)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외쳐 일약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정 감독은 품에 안긴 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며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라며 “나도 그것을 배우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 부녀가 보여준 뭉클한 수상 소감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 네티즌은 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딸의 모습과 정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고 썼다. 또 “딸이 ‘기도하고 기도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 “정 감독이 딸과 함께 매우 사랑스러운 수상 소감을 했다”, “아빠와 딸이 보여준 감동적인 순간”, “딸이 무척 귀여웠다”는 반응 등이 줄을 이었다. 골든글로브를 중계한 NBC 방송은 이 장면을 두고 “정 감독의 딸이 스포트라이트를 훔쳤다”며 “정 감독은 매우 귀여운 팬을 뒀다”고 전했다.

◎…골든글로브상 최고 영예인 극영화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차지했다. 카라반에서 생활하는 빈곤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중국계 여성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했다. 여성 감독이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아시아계 감독의 첫 수상이기도 하다. 자오 감독은 감독상까지 가져갔다. 자오 감독은 “각자의 인생 어떤 지점에서 이 힘들고도 아름다운 여행을 거쳐 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노매드랜드’의 작품상 수상은 지난해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등 최근 할리웃에 불고 있는 아시아 열풍을 대변한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중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뮤지컬ㆍ코미디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해 아시아계 감독이 3개 상을 안았다.

◎…극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8월 43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즈먼에게 돌아갔다. 보즈먼은 넷플릭스 영화 ‘마레이니, 그녀는 블루스’에서 재능 많은 트럼펫 연주자를 연기했다.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은 ‘보랏2’에 돌아갔다. ‘보랏2’의 사샤 배런 코헨은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퍼펙트 케어’의 로자문드 파이크가 가져갔다. 영화 부문 남녀조연상은 ‘주다스 앤드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칼루야,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가 각각 차지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소울’에게 돌아갔다.

◎…TV부문에선 넷플릭스 천하나 다름없었다.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은 최우수TV시리즈상과 더불어 TV시리즈 남우주연상(조시 오코너), 여우주연상(에마 코린), 여우조연상(질리언 앤더슨)까지 가져갔다. 오코너와 코린은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를 각각 연기했고, 앤더슨은 대처 전 영국 총리 역할을 맡았다. ‘퀸스 갬빗’은 최우수리미티드시리즈상과 리미티드 시리즈 여우주연상(앤야 테일러-조이)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애런 소킨이 영화 시나리오상을 차지하며 골든글로브상 트로피 8개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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