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음코치 ‘심스페이스’, K-에듀테크의 심장을 들고 시카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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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소프트(주)의 오정섭대표(51세)

미래 교육의 심장, 코엑스에서 발견한 K-에듀테크의 담대한 개척자

2025년 9월 18일, 서울 코엑스 전시홀 ‘2025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현장은 미래 교육을 향한 열기로 뜨거웠다. 인공지능이 교과서를 읽어주고, VR 기기가 교실을 우주로 바꾸는 화려한 기술의 향연 속. 그러나 그 소란스러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 유독 진지한 눈빛들이 오가는 부스가 있었다. ‘AI 마음일기’라는 간결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문구가 선명한 테바소프트(주). 그곳에서 만난 오정섭 대표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이미 이 혼잡한 전시장을 넘어 태평양 건너, 시카고의 마천루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국 교육계에 하나의 혁신을 일으킨 인물이다. 1500개 학교, 10만여 명.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10만 개의 복잡하고 섬세한 마음의 세계를 ‘데이터’라는 언어로 이해하고 보듬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이제 그는 그 검증된 기술력과 비전을 들고 ‘사회정서학습(SEL)’의 세계적 심장부인 시카고의 문을 두드린다. 이것은 단순한 해외 시장 진출을 넘어,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K-에듀테크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내딛는 위대하고 담대한 첫 장이다.

‘마음의 데이터’로 한국 교육 현장을 흔들다

오정섭 대표가 개발한 ‘심스페이스’는 AI 기반 사회정서학습(SEL) 솔루션이다. 학생이 AI 챗봇 ‘심스’와 대화하며 감정을 기록하면, AI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그 미묘한 뉘앙스까지 분석해 공감과 지지를 건넨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그 파급력은 이미 한국의 까다로운 교육 현장에서 완벽하게 증명됐다.

“성공의 비결은 단 하나, ‘현장의 절실한 필요’에 정확히 답했기 때문입니다.” 오 대표는 차분하게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학생들의 정서적 고립감과 불안은 심화됐지만,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마음속 상처를 일일이 살피고 보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통적인 상담 시스템은 문턱이 높았고, 아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했다. 심스페이스는 바로 그 ‘돌봄의 공백’을 파고들었다. AI가 24시간 학생 곁을 지키는 상담가 친구가 되어주고, 매일의 마음을 꾸준히 관리해 준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에게 제공되는 가치다. 교사는 학생의 사적인 일기를 보는 대신, 학급 전체의 ‘감정 동향 데이터’를 시각화된 그래프와 워드클라우드로 확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에 ‘불안’, ‘시험’ 같은 키워드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한 선생님은 선제적으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꿈꾸는 교실의 모습입니다. 교사에게는 ‘데이터’라는 새로운 눈을 달아준 셈이죠. 덕분에 행정 부담은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집중하며 교육의 본질인 ‘깊이 있는 관계 형성’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러한 효용성은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교육청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통해 교육적 효과와 안정성을 공인받은 것은 폭발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고, 이는 1,500개교, 10만 명이라는 유료 사용자 확보라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 삼성역코엑스 전시홀 ‘2025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현장에서 오정섭대표(51)와 본지 특파원이 심스페이스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데이터’라는 새로운 눈, 교실의 온도를 바꾸다

오 대표는 ‘나를 아낄 줄 아는 선생님들을 위한 에듀테크’라는 슬로건처럼, 교사의 행복이 곧 학생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서비스의 근간을 이룬다고 강조한다. “심스페이스는 결코 교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생님들께 ‘데이터’라는 새로운 눈을 달아드리는 강력한 조력자입니다. 학생들의 속마음을 일일이 면담하지 않아도 반 전체의 정서적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학생 하나하나의 상세한 이야기까지 확인하고 교사가 직접 댓글을 달 수 있어 깊이 있는 소통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교사는 행정적 부담을 덜고, 도움이 시급한 학생에게 더 집중하며 교육의 본질인 ‘관계 형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제작한 다양한 교육사례집과 자료들은 사회정서 교육을 처음 접하는 선생님들께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왜 시카고인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국내에서의 성공에 안주할 법도 하지만, 오 대표는 주저 없이 다음 행선지로 시카고를 택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쉬운 길이 아닌 가장 의미 있는 길’을 가기 위해서다. 시카고는 사회정서학습(SEL)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전 세계 교육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권위 있는 기관 CASEL(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 위치한 곳, 즉 SEL의 본고장이자 심장부다. 다른 도시에서 작은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가장 어려운 시장이자 중심지에서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곳에서 저희의 데이터 기반 AI 기술력을 정면으로 평가받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인정을 받는 것 자체가 저희 솔루션의 글로벌 스탠더드 입증이니까요. SEL의 본고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국 전역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 확신합니다.” 이미 그 가능성은 확인됐다. CASEL과의 긍정적인 첫 온라인 미팅에서 그는 심스페이스가 AI 기술을 통해 어떻게 SEL의 5가지 핵심 역량(자기인식, 자기관리 등)을 ‘주관적 감상’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로 측정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한국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CASEL 측은 AI를 통해 SEL의 효과성을 정량적으로 추적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저희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 CASEL의 깊이 있는 연구와 저희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새로운 SEL 평가 도구를 공동 개발하거나, 시카고 교육청과 함께 데이터 기반 SEL 효과성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시카고의 SEL 생태계 자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술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구체적이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AI, 감정을 정량화하다: 기술, 프라이버시를 품다

심스페이스의 핵심 경쟁력은 ‘정성적인 마음을 정량적인 데이터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AI 기술로 명확하게 가시화하는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심스페이스는 학생이 쓴 일기 텍스트에서 AI가 직접 긍정, 부정과 같은 단순한 감정 분류를 넘어 기쁨, 슬픔, 분노, 불안 등 46가지의 세분된 감정을 추출하고 그 복합적인 뉘앙스까지 분석해낸다. 특히 성격 유형 검사를 접목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한 ‘LBTI(생활유형지수)’ 분석이나, 분석 결과에 기반해 AI가 개인화된 조언을 건네는 ‘AI 코멘트’ 기능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력의 배경에는 컴퓨터공학 박사이자 AI 전문가인 오 대표 자신과 더불어, 세계적인 AI 경진대회 1위 출신인 한서대 이훈희 교수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이 있다. 오 대표는 “이 교수님과의 협력은 저희 AI 모델이 상업적 가치를 넘어 학술적 깊이와 신뢰도를 갖추게 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최신 연구 결과를 모델에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와의 파트너십은 기술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인 셈이다.

그러나 학생의 내밀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프라이버시 문제는 기술력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이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설계 단계부터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Privacy by Design)’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학생이 작성하는 모든 내용은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로 처리되며, 교사는 원문 열람이 가능합니다.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지요.” 그는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FERPA(가족 교육 권리 및 개인 정보 보호법)와 같은 현지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 이상의 글로벌 기준으로 학생들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기술적, 윤리적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췄다는 자신감은 그의 목소리에서 명확히 느껴졌다.

한 스타트업의 도전, K-에듀테크의 역사가 되다

오정섭 대표의 시카고 진출은 단순한 한 기업의 도전을 넘어, 대한민국 AI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희망을 쏘아 올리는 신호탄과 같다. 곧 출범을 앞둔 ‘AI 글로벌 스타트업 협회’의 1호 해외 진출 주자로서, 그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K-에듀테크의 미래를 짊어진 개척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도전은 협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첫 미션이자, 저희를 지켜보는 모든 후배 스타트업들을 위한 약속입니다. 법인 설립의 사소한 절차부터 현지화의 어려움, 마케팅 전략, 그리고 첫 계약의 기쁨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여 살아 숨 쉬는 ‘K-에듀테크 글로벌 진출 플레이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성공이 다른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디지털 나침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문화 현지화’라는, 단순한 번역을 뛰어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미국 학생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슬랭과 감정 표현, 문화적 코드를 AI에게 가르쳐, 기술이 아닌 ‘진짜 친구’로 다가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비즈니스 모델 역시 현지 교육구와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심리 상담 센터나 보험사와 연계하는 B2B2C 모델까지 유연하게 확장하며 최적의 길을 찾을 예정이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경을 넘어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CASEL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비전이다. “CASEL에게는 저희가 최고의 기술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SEL의 미래는 데이터와 기술의 결합에 있으며, 저희는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SEL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길 고대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시카고 한인 사회를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머나먼 곳에서 시작하는 이 도전이 성공의 열매를 맺어 한인 사회의 자랑과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단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차세대 인재들과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당찬 포부와 빛나는 눈빛에서, 우리는 이미 성공적으로 시카고에 깃발을 꽂은 듯 K-에듀테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