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의 역사를 자랑해 온 CBS 뉴스 라디오(CBS News Radio)가 지난 5월 22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방송을 종료하면서 일리노이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이 새로운 뉴스 공급원을 찾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폐국이 전통 라디오 산업의 쇠퇴를 의미한다기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잭슨빌 지역 라디오 방송국 WLDS-WEAI의 총괄매니저 게리 스콧은 CBS 뉴스 라디오 서비스 종료 통보를 받았을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편지를 읽는 순간 턱이 책상에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며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었지만 믿기 어려워 두세 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다”고 말했다.
스콧에 따르면 해당 통보는 서비스 종료 약 두세 달 전에 우편으로 전달됐다. 그는 공동 소유주와 소식을 공유했지만, 두 사람 모두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WLDS-WEAI는 일리노이 중서부의 모건, 스콧, 그린, 캐스카운티 주민들에게 뉴스와 농업 정보, 스포츠 소식을 제공해 온 대표적인 지역 방송사다.
스콧은 “이번 일로 미국이 중요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CBS 뉴스 라디오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 5월 22일 공식적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이로써 에드워드 R. 머로우의 런던 대공습 보도부터 진주만 공습,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미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을 전해 온 약 100년 역사의 전국·국제 라디오 뉴스 서비스가 막을 내렸다.
CBS 뉴스 라디오 종료 이후 일리노이주 각 지역 방송사들은 새로운 뉴스 파트너를 찾고 있다.
시카고의 WBBM 뉴스라디오는 CBS 뉴스 라디오 종료 발표 이후 대체 서비스를 모색하다가 방송 종료 하루 전 ABC 뉴스 라디오(ABC News Radio)로 전환했다.
일부 지역 방송국들은 비교적 원활하게 서비스를 교체했다.
오타와 지역 방송국 WCMY를 운영하는 NRG 미디어 오타와의 총괄매니저 태미 손드게로스는 CBS 뉴스 라디오 종료 소식을 접한 직후 NBC 뉴스 라디오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정이 매우 빨랐다”며 “어차피 모두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리 적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밍턴-노멀 지역 WJBC의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 스콧 밀러도 자사 방송국이 ABC 뉴스 라디오로 원활하게 전환했다고 밝혔다.
밀러는 ABC 뉴스 라디오가 정시 뉴스와 주말 프로그램, 연예·경제 뉴스 코너 등 CBS 뉴스 라디오의 주요 콘텐츠를 대부분 대체할 수 있었다며 청취자들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국 뉴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BC가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WLDS-WEAI의 경우 상황이 달랐다.
스콧은 “CBS는 항상 최고의 뉴스 네트워크였다”며 “신뢰도와 명성 면에서 독보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NBC 뉴스 라디오를 선택했지만, CBS 뉴스 라디오가 제공하던 일부 뉴스 프로그램과 주말 시사 프로그램인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 여행 정보 프로그램 ‘아이 온 트래블(Eye on Travel)’ 등을 대체할 수 없어 편성 개편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청취자들로부터 프로그램 변경에 대한 불만도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은 “청취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CBS를 떠난 것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CBS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통 뉴스의 가치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신문과 TV, 라디오 같은 전통 뉴스 매체가 줄어들면서 소셜미디어와 일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편향된 정보와 허위 정보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은 “진정한 뉴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결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사회에서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사실상 마지막 지역 뉴스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WLDS는 1941년 진주만 공습 직후 개국했으며, 2018년부터 시카고 컵스, 2019년부터 시카고 베어스 경기 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자매 방송국 WEAI는 1960년대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경기 중계 네트워크에 참여해 왔다.
일리노이 방송협회 회장이자 모건카운티 미디어 총괄매니저인 세라 셸해머는 CBS 뉴스 라디오 폐국이 방송업계 전반이 직면한 변화의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청취자들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며 “라디오는 인터넷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적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셸해머는 “50년 전이었다면 CBS 뉴스 라디오의 폐국은 훨씬 큰 충격이었겠지만, 현재는 다양한 뉴스 공급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WJBC의 밀러는 전통 라디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도 자동차 라디오, 위성 라디오 등장 때마다 라디오 산업의 종말이 예고됐지만 결국 라디오는 살아남았다”며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자레인지와 잔디깎이도 시대에 맞게 발전해 왔다”며 “라디오 역시 다른 미디어와 함께 변화하며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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