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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14, 2026
Home 전문가 칼럼 이가희 특파원 『 특수강의 심장에서 피어난 인문(人文), 이의현의 1% 소명론 』

[이의현 중재인]『 특수강의 심장에서 피어난 인문(人文), 이의현의 1% 소명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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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특수강 주식회사의 이의현(71세) 대표가 온수동 공장 현장에서 생산 중인 특수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이의현 중재인. 사람들은 그를 ‘갈등과 싸움을 녹이는 따스함이 녹아있는 강철공’이라 부른다. 2026년 4월 8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일특수강의 정문에는 유난히 화사한 벚꽃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켜켜이 쌓인 묵직한 특수강재들과 대조를 이루며 흩날리는 목련꽃과 벚꽃잎은, 차가운 금속의 세계에서 따스한 이성을 길어 올린 그의 삶을 상징하는 듯했다. 집무실에서 마주한 이 대표는 1955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기가 넘쳤다. 깊은 안목을 지닌 눈매와 온화한 미소는 영락없는 60대 초반의 현역 경영자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자신을 벼려내는 ‘청년 기업가’의 야성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기술의 정교함을 넘어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조율하고 갈등을 녹여내는 시대의 중재자로서, 그의 미소는 강철보다 단단한 신뢰와 벚꽃보다 부드러운 포용력을 동시에 머금고 우리 앞에 서 있다.

시대의 경계에서 길을 묻다

1982년 설립 이후 대한민국 특수강 산업의 파수꾼으로 살아온 이의현 대표는 지금의 시대를 ‘공급과잉과 변화의 광풍’이라 정의한다. 그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바람의 방향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진짜 중요한 것은 수면 아래에서 흐름을 변화시키는 본질적인 힘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통찰은 대일특수강이 단순한 철강 생산을 넘어, 현대 산업의 근간을 지탱하는 특수강 솔루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쟁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업의 기술력이 있다. 첨단 신무기의 궤적은 결국 정교한 제조업의 산물이며, 그 핵심에는 고강도·고인성을 갖춘 특수강이라는 든든한 뼈대가 자리한다. 대일특수강은 자동차, 선박, 철도, 항공기 부품부터 정밀 기계와 금형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최적의 핵심소재를 생산 공급하며 국가 기간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 역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조업을 사양산업이라 치부하는 세간의 무지를 꾸짖으며, 제조업이야말로 인공지능(AI)과 지능 로봇이 결합하여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선진산업’임을 역설한다. 특히 대일특수강이 취급하는 특수강은 K-방산의 핵심 부품과 철도, 차량, 유압부품, 고층 빌딩, 터널, 교량 등 우리 삶의 모든 편리함을 가능케 하는 필수 요소다. 그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듯, 제조업은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인류 생존의 본질”이라며, 대일특수강이 만드는 1%의 다름이 세상을 바꾸는 명품 품질로 이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데이터가 읽지 못하는 작업자의 ‘마음’

경영학 박사인 이 대표는 대림대학 겸임 전임강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인하대학교, 중앙대학교 산업창업학과장 등 교수로 산학협력을 실천해 온 이의현 대표는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메우는 데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학문의 상아탑에서 정립된 유려한 이론도 먼지 날리는 거친 산업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어긋나기 일쑤였다. 그는 대학에서 배운 정교한 수식보다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된 시행착오를 더 큰 스승으로 삼았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 적용 시 발생하는 수많은 오차를 몸소 체험하며, 그는 학문적 지식을 현장의 살아있는 지혜로 치환하는 ‘현장 인문학’이라는 독창적인 철학을 정립했다. 최근 AI와 로봇이 산업 현장을 장악하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지만, 이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일부 작업장에 자동화가 도입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수많은 공정은 여전히 사람의 숙련된 손끝과 판단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을 설치하지 못해 뒤처진 것이 아니라,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사람이 지켜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의 가치를 역설한다.

우정의 경영, 거래를 넘어 본질의 관계로

비즈니스를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고 이익을 챙기는 ‘거래’로만 정의한다면, 그 기업은 결코 100년의 시간을 버텨낼 수 없다. 이의현 대표가 40년 넘게 현장을 지키며 깨달은 진리는 기업의 생명력이 소비자와의 신뢰 깊은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는 관계의 진실성을 설명하며 “소비자와의 관계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깊은 우정과 무한한 신뢰의 관계로 발전해야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소통 역시 유창한 언변이 아닌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통찰’에서 시작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는 그저 공허한 울림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일특수강이 생산하는 것은 차가운 쇳덩이가 아니라 변치 않는 ‘믿음’이며, 이들은 계약서의 문구보다 따뜻한 약속의 이행을 우선시한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만들기 편한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표는 “내일의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찰하며 경영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거친 쇳덩어리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이러한 인본주의적 시선이야말로 대일특수강이 지향하는 ‘명품 경영’의 핵심이자 소통의 정수다.

1%의 가능성으로 유의미한 실패가 빚어낸 거장의 숨결

이의현 대표의 경영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트레이드 마크는 “1%의 가능성만 있다면 도전하라.”는 거침없는 배짱이다. 대다수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고 뒷걸음질 칠 때, 그는 오히려 그 1%의 틈새에서 찬란한 기회의 빛을 발견한다. 이러한 태도는 결코 무모함이 아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은 마치 나로호의 거듭된 실패가 누리호의 성공을 이끈 소중한 기술 축적의 시간이 되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정주영 회장이 500원짜리 동전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조선소 수주를 따냈던 그 전설적인 용기가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 지도를 그렸듯, 이 대표 역시 벼랑 끝에 선 절박함으로 도전을 선택하며 대일특수강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그는 실패의 질(質)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남이 이뤄놓은 편안함에 안주하다 생긴 실패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비겁한 실패일 뿐”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겪는 좌절은 미래의 밑거름이 되는 ‘유의미한 실패’다. 이 대표는 아무리 미천한 사람이라도 특정 분야에 10년, 즉 1만 시간을 투자해 혼을 쏟는다면 반드시 독창적인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믿는다. 남과 다른 ‘자기다움’을 완성한 거장들은 결코 꽃길만을 걷지 않았다. 1%의 바늘구멍 같은 희망을 뚫고 지나온 그의 치열한 삶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이자 고난을 이겨낸 인내의 기록이다.

오늘을 너머 내일을 보는 안목

바야흐로 전 세계가 명품을 열망하는 시대다. 여성이 선호하는 핸드백과 시계부터 우리가 거주하는 주거지, 심지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는 장소까지 모든 이들이 남과 다름을 나타내는 ‘명품’을 지향한다. 이의현 대표는 명품의 핵심이 결국 ‘품질과 서비스’의 미세한 차이에서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품질을 타협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기업의 위기는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기업이 만들기 편한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품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늘만을 생각하고 오늘을 바라보면 오늘만 보이겠지만, 내일을 생각하고 오늘을 바라보면 오늘과 함께 내일이 보인다.”는 그의 철학은 대일특수강이 생산하는 특수강에 정직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저가 공산품의 공세가 거세지며 많은 중소기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가격이 아닌 섬세한 기술력과 품질의 정직함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독일이나 일본의 공산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품질의 우수함 때문이듯, 제조업의 본질은 결국 ‘품질 경쟁력’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남과 다른 제품”만을 생산하겠다는 신념은 대일특수강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이자 품질의 우수함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그에게 쇠를 다루는 일은 곧 정직을 다루는 일이며, 이 정직한 품질이야말로 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선진산업의 핵심 역량이다. 이처럼 내일의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정성을 다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대일특수강이 지향하는 명품 경영의 본질이다.

등록금 마감일의 기적을 기억하며

이의현 대표에게 나눔은 성공한 자의 여유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맺은 가장 뜨겁고도 정직한 약속이다. 가난했던 학창 시절, 그는 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이어가던 고단한 청춘이었다. 당시 등록금 마감일은 그에게 거대한 벽과 같았으나, 절망의 끝에서 기적처럼 손을 내밀어준 은인들이 있었다. 특히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금강제화 김동신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평생의 은혜로 간직하고 있다. “등록금 고지서가 나오면 내게 가져오라”며 졸업할 때까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하게 해준 그 고마움은 그의 심장에 문신처럼 깊게 새겨졌다. 그의 첫 시작은 비록 서울대 의과대학에의 근로학생이었지만, 그 시절의 성실함과 인내심이 오늘의 강철 같은 경영자 이의현을 만든 토양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그 과분한 사랑을 이제 후학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경영관 건물을 신축할 당시 기꺼이 거액을 기탁하여 ‘이의현 스터디룸’을 명명하게 된 것도 그 선순환의 일환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학생들을 보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아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나눔을 실천하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해 간다. 누군가에게 받은 따뜻한 온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실천하는 인본주의 경영의 최종 단계이자 가장 아름다운 결실이다.

리더가 갖춰야 할 시대의 품격

그는 글로벌 무대를 누빌 다음 세대에게 ‘바른 정신자세’와 ‘윤리의식’을 가장 먼저 주문한다. 아무리 학식이 높고 능력이 뛰어나도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 지식은 독이 될 뿐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지속 가능할 수 없음을 그는 과학적 데이터를 들어 조목조목 짚어낸다. 시멘트가 인류 문명을 세웠으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흔적을 남기듯, 우리의 경영 행위 또한 미래 세대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그의 평소 지론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내가 먼저 상대가 바라는 것을 실행할 때 비로소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자발적 변화의 철학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의 곁에는 미국 유학 후 돌아와 아버지의 가업을 묵묵히 배우고 있는 든든한 아들이 서 있었다. 아버지가 40년 넘게 닦아온 쇳가루 묻은 길을 자랑스럽게 이어가는 아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희망찬 내일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젊은이들이 의대만 고집하지 말고, 창조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공학계열의 기초를 닦아 첨단제조업의 현장에서 꿈을 펼쳐 국가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공계 분야는 끊임없이 발전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세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비단 기업인들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벚꽃 흐드러진 온수동의 봄날, 이의현이라는 거인이 던진 화두는 강철보다 뜨겁게 가슴을 울린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특파원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