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남부 지역에서 한 석유회사가 수백 개의 유정을 방치한 채 사라지면서, 주 정부가 막대한 정화 비용과 환경 문제를 떠안게 된 사실이 드러났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파이어볼 프로덕션(Fireball Production Inc.)’이라는 업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리노이 남부 지역 유정 603개를 방치했으며, 이로 인해 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은 약 2,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해당 업체와 관련된 자료와 관계자들을 찾기 어려워 사건의 실체가 오랫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어볼은 1980년대 국제 유가 폭락 시기에 이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유정 수백 개를 매입했다. 당시 회사 측은 유정을 폐쇄하고 장비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일리노이 광산·광물국 관계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 정부 내부 문건에는 “사기성 자산 이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결국 유정 방치를 막지는 못했다.
현재 이 유정들은 대부분 ‘고아 유정(orphan wells)’으로 분류된다. 이는 소유주가 사망했거나 회사가 파산해 관리 책임 주체가 사라진 유정을 의미한다.
이들 유정은 단순히 방치된 시설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환경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일부 유정에서는 독성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메탄가스 배출과 농경지 오염 위험도 존재한다.
일리노이 천연자원국(IDNR)에 따르면 현재 주 전역의 ‘고아 유정’ 수는 약 3,900개에 달하며, 이를 모두 봉쇄하는 데 약 1억5,5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캘리포니아 환경 비영리단체 ‘클라이언트어스 USA(ClientEarth USA)’의 벤 시걸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유정 운영권 이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부적절한 이전을 막거나 더 강력한 보증 제도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유정 상당수는 1940~1950년대에 시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여러 업체를 거쳐 운영되다가 1980년대 인디애나주 기반의 ‘쓰리스타 드릴링 앤 프로듀싱’이 인수했다.
당시 회사 대표였던 아이라 마이클 패튼은 “유정 인수 당시 숨겨진 부채와 기술적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알았다면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유정들은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이게 됐다.
현재 남부 일리노이 농촌 지역 곳곳에는 방치된 유정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토지 소유주들은 자신의 땅에 유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컴벌랜드 카운티에서 농지를 소유한 리처드 레이시는 “농사를 짓는 데 큰 방해가 된다”며 “파이어볼이라는 회사 이름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과거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환경·재정 위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유정 관리 감독 체계와 책임 보증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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