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정부의 부유한 교외 지역에 서민 주택(Affordable Housing) 건설을 강제하는 법안이 상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상원 본회의 심사를 앞두자, 지방자치권 침해 논란을 넘어 부동산 시장의 실효성과 역차별 문제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서민 주택 비율이 25% 미만인 부촌 지자체를 대상으로, 미이행 시 개발업자가 지자체의 심사를 건너뛰고 주 정부에 직접 이의를 신청해 사업을 강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버릿지(Burr Ridge), 노스브룩, 버팔로그로브 등 시카고 외곽의 대표적인 부촌들이 대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본보의 확인 결과 버팔로그로브 및 일부 먼델라인 지역의 스티븐슨 학군의 경우, 신축 타운하우스의 경우 주택 공급가액이 40-50만 달러 안팎이라 할지라도 한 달 재산세가 1,500달러에 달할 만큼 세금 장벽이 높아 신축 주택이 들어서도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단지 전체를 저가 주택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신축 단지의 일정 물량(10~25%)을 지역 중간 소득의 60~80% 이하 가구에만 공급하도록 가격을 강제로 제한하는 ‘의무할당제(Inclusionary Zoning)’를 기반으로 한다. 개발업자의 손실은 주 정부가 세금 공제나 용적률 인센티브로 보전해 주며, 서민 주택으로 지정된 호실은 특별법에 따라 재산세가 대폭 감면되거나 임대 형태로 공급된다. 결과적으로 비싼 신축이라도 자격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는 시세의 절반 가격이나 저렴한 월세로 공급되기 때문에, 프리미엄 학군 진입을 노리는 중산층 이하 학부모들이 대거 몰려 공급 즉시 100% 매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갈등의 본질은 ‘조세 부담의 형평성’ 문제로 귀결된다. 오랜 기간 높은 재산세를 부담하며 지역 사회의 인프라와 명문 학군을 자발적으로 구축해 온 기존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해 특정 계층이 무혈입성하는 구조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공공의 편익을 위해 개인이 감당해 온 자산 가치와 정당한 조세 기여도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자치권 수호와 주거 복지 확대, 그리고 공정한 조세 부담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이번 법안은 일리노이주 부동산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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