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이후 실업률 분석
▶ AI, 대졸 초년생 업무 대체
▶ 화이트칼라 취업문 좁아져
▶ 대학 학위 가치까지 논쟁
청년 취업시장에서 이례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 학위가 취업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용환경을 맞고 있는 반면 대졸 청년들의 취업난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기업의 신입사원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대학 졸업자들이 주로 진입하던 초급 사무직과 전문직의 채용문이 좁아지고 있는 반면, 건설·외식·현장 서비스 등 사람의 직접적인 노동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인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6일 노동시장 민간 싱크탱크 버닝 글라스 연구소가 2003년부터 2026년 7월까지의 청년 실업률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이같은 ‘취업시장 역전’ 현상을 보도했다.
버닝글라스연구소는 22~34세 청년층의 실업률을 교육수준별로 나눠 200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월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2023년 이후 올해 7월까지 대학 학위가 없는 청년들의 실업률은 전체 비교기간 가운데 25백분위 수준에 해당했다. 다시 말해 최근 3년 7개월은 지난 20여년과 비교할 때 비대졸 청년들에게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시기에 속한다는 의미다.
반면 대학 학위를 가진 같은 연령대 청년들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2025년 이후 올해 7월까지 대졸 청년들의 실업률은 과거 20여년의 50~70백분위 수준으로 올라갔다. 대졸 청년들에게 최근 1년 7개월은 과거와 비교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해당한다.
버닝글라스연구소의 개드 레버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졸자 공급은 빠르게 늘어난 반면 비대졸 인력 공급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WSJ에 밝혔다.
다만 이것을 두고 비대졸자가 대졸자보다 실제로 취업하기 쉽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7월 25세 이상 노동자의 실업률은 학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학사학위 이상은 2.7%, 일부 대학 교육이나 전문대 학위를 가진 경우 3.6%, 고졸자는 4.0%, 고교 졸업장조차 없는 경우는 5.4%였다. 즉 절대적인 실업률에서는 여전히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대졸자가 더 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대졸자에게 과거처럼 압도적인 취업 프리미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제조·정비·운송·외식 등은 현장에서 직접 사람의 노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AI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반면 이메일 작성, 자료 정리, 기본적인 코딩, 고객응대, 리서치, 보고서 작성 등 대졸 신입사원에게 맡겨지던 초급 업무 상당수는 생성형 AI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에서 대학 학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쟁까지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안정적인 중산층 진입의 대표적인 경로로 인식됐다. 그러나 학비가 급등하고 학자금 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한다면 대학 학위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