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36%가 둘 중 하나 이상 상환
자동차 대출 월평균 716달러
부채 갚느라 은퇴 저축도 차질
가능하면 학자금 대출부터 해결
최근 조사에서 자동차 대출과 학자금 대출의 월 상환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일부 가계의 지출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와 의료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까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가계가 체감하는 생활비 압박의 정도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채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미국 성인 가운데 3분의 1을 조금 넘는 사람들은 자동차 대출이나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 나머지는 이 같은 대출 상환 부담이 없는데, 이 같은 차이가 가계 예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학자금·자동차’ 대출 있으면 허리띠 더 졸라매야
싱크탱크 어반 인스티튜트가 워싱턴포스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 대형 신용평가기관이 소비자 수백만 명의 크레딧 기록을 분석한 결과 성인 7,400만 명 이상이 자동차 대출을 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월평균 상환액은 사상 최고치인 716달러에 달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성인도 3,600만 명이 넘었으며, 월평균 상환액은 316달러였다. 자동차 대출과 학자금 대출을 동시에 갚는 성인 중 약 6%는 월 상환액이 가계 예산에서 1,000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 플랫폼 ‘세이버라이프’(SaverLife)의 마리엘 비즐리 수석 연구원은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소득의 몇 퍼센트를 저축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오래된 규칙이 있다”라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예산 관리 기준은 부채를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칙이 바로 렌트비가 소득의 3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칙은 대개 별다른 부채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소득이 같더라도 매달 학자금 대출 상환금 7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면 가계 예산은 훨씬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비즐리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 없이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출을 받았더라도 빨리 갚을 수 있을 만큼 금액이 적었다면 가계 예산을 관리할 때 엄청난 이점을 누리게 된다”라고 조언했다.
■ 학자금 대출부터 빨리 해결해야
학자금 대출 없이 대학을 졸업하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은퇴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부채를 상환하는 사람들은 직장 퇴직연금 계좌에 돈을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고용주가 일정 한도까지 추가로 적립해 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현재 성인 가운데 36%는 자동차 대출이나 학자금 대출 또는 두 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있다. 어반 인스티튜트 자료에 따르면 55세 미만의 모든 연령대에서 약 45%가 두 대출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대출 부담은 줄어든다. 55~64세는 36%, 65세 이상은 18%가 자동차 대출이나 학자금 대출 중 하나 이상을 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부채를 안고 사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흔한 대출은 모기지대출과 크레딧카드 부채였다. 또, 주택 자산 담보대출, 의료비 부채,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대출도 많았다.
어반 인스티튜트의 브레노 브라가 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렌트비나 공과금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수준이더라도, 현재 가계 재정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었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크레딧카드 대금과 자동차 대출 상환금 부담이 전보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어반 인스티튜트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은 2019년 31%에서 올해 28%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차량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대출자들이 매달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상환 액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에 부담 가중
수년간 중단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 점도 많은 가정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웨이버리 레이놀즈(48) 씨는 자녀를 낳아 기른 뒤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결국 2015년 보건정보시스템과 형사사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며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처음에는 매달 학자금 대출을 상환했지만, 2020년 팬데믹으로 대출 상환이 중단된 이후에는 갚을 필요가 없었다. 이후 소득 연계 상환 계획에 가입할 예정이어서 대출 상환이 다시 유예됐다. 레이놀즈 씨는 대출 상환 유예 기회를 통해 재정적 여유가 생긴 점을 활용해 자동차 대출을 새로 받았다.
그러나 이제 조만간 학자금 대출 상환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세이브’(SAVE) 상환 플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월 상환액은 약 330달러로 부담이 적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세이브 플랜을 폐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레이놀즈 씨는 기대했던 상환액의 두 배가 넘는 700달러를 매달 상환해야 할 처지로 “이 돈을 어떻게 감당할 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레이놀즈 씨는 이미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 일주일에도 수일동안 자정까지 니먼 마커스의 고객 서비스 전화 상담 업무를 맡아 연간 약 1만5,000달러를 추가로 벌고 있다. 건강보험 중개업체에서도 정규직으로 일하며 연봉 4만5,000달러를 받고 있다. 그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지원하고 매달 2,100달러의 렌트비를 내려면 투잡은 필수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싱크탱크 센추리 재단이 수백만 건의 크레딧 리포트를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비 부채와 ‘선구매 후결제’ 부채를 제외한 의무적인 월 부채 상환액은 2022년 말 이후 약 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금 상승률과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 부채를 진 가정의 경우 세후 소득에서 부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약 8.9%에서 약 10%로 높아졌다. 이 비율은 흑인 노동자가 13.3%, 히스패닉 노동자가 10.7%로, 백인 노동자(9.4%)보다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