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레오 교황처럼 전체 폐암 환자 최대 20% 비흡연자
유전자변이·라돈·대기오염·간접흡연 등 원인 다양
실내 라돈 검사·미세먼지 노출 최소화 등 예방 중요
마이애미 대학교 실베스터 종합암센터의 혈액학 과장으로 워싱턴포스트(WP)에 건강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암 전문의 마이클 세케레스 교수는 “항상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교황의 폐암 소식을 들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바티칸은 교황 레오 14세의 오른쪽 폐에서 발견된 결절이 초기 단계의 폐선암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폐선암은 비소세포폐암의 한 유형이다. 의료진은 수술을 통해 해당 결절과 함께 오른쪽 폐의 하엽 전체를 제거했다. 교황은 흡연자는 아니었지만, 가족 중 다른 암 환자가 있다는 병력은 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암으로 사망했으며, 형제 한 명도 현재 혈액암 치료를 받고 있다.
폐암은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가운데 하나다. 매년 약 23만 명이 폐암 진단을 받으며, 전체 암 진단 사례의 약 11%를 차지한다. 지난 20년 동안 폐암 환자의 예후는 개선됐지만,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은 폐암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금연 프로그램과 같은 적극적인 예방 조치 덕분에 197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약 340만 명의 폐암 사망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국립암연구소(NCI)의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2014년 이후 폐암 신규 진단율은 매년 평균 2%씩 감소하고 있으며, 폐암 사망률은 연평균 4%씩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여성의 폐암 진단율 감소 폭은 남성의 약 3분의 1에 그쳤다. 폐암은 여전히 미국 여성의 암 관련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모든 원인을 담배 흡연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전체 폐암 진단 사례의 최대 20%는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한다. 여기서 비흡연자란 평생 피운 담배가 100개비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데도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3분의 2에서 4분의 3은 여성이다.
특히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여성 가운데 폐암 발생률은 다른 인종 및 민족 집단보다 아시아계 미국인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폐암 진단을 받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의 50% 이상이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중국계 미국인 여성과 인도계 미국인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최대 80%에 달한다.
■비흡연자의 폐암은 흡연자의 폐암과 어떻게 다른가?
비흡연자에게 발생하는 폐암은 본질적으로 흡연자에게 발생하는 폐암과 다른 질병적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담배 흡연은 소세포암 및 편평세포암과 더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반면, 선암이나 대세포암과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교황 레오 14세의 폐에서 발견된 암도 선암에 해당한다. 폐암 진단을 받는 평균 연령도 차이가 있다. 비흡연 폐암 환자의 평균 진단 연령은 67세로, 흡연자의 평균 진단 연령인 70세보다 낮다.
그런데도 비흡연자들은 폐암 진단을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폐암을 곧바로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비흡연자는 일반적인 폐암 검진 프로그램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 결과 비흡연자는 의료기관을 찾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폐암 진단 당시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일 가능성도 더 높다.
비흡연자의 폐암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될 가능성도 더 높다.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에는 EGFR, ALK, KRAS 등이 있다. EGFR 변이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최대 4분의 3에서 발견되며, 동아시아계 인구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ALK 변이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약 14%에서 나타나며,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혈통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된다. KRAS 변이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5~15%에서 관찰되며, 백인과 흑인 인구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여러 유전자 변이가 비흡연자의 폐암과 관련돼 있다. 다만 여기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암을 표적으로 삼아 치료할 수 있는 약물과 치료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흡연이 원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폐암을 유발하는가?
앞서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특정 환경적 요인들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라돈(radon)이다. 라돈은 암석과 토양, 심지어 물에서도 방출되는 방사성 기체다.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자연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환경 중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이 기체가 주택 내부에 축적돼 실내 공기 중 농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라돈은 미국에서 매년 약 2만1,000명의 폐암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2,900명은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 연구에서는 비흡연 폐암 환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암 관련 유전자 변이와 프랑스의 라돈 농도가 높은 특정 지역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대기오염 역시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2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폐선암 가운데 약 20만 건은 실외 대기오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 약 3만3,000명을 포함한 한 연구에서는 영국 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폐암 진단 빈도가 오염도가 낮은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이 세계 여러 지역의 비흡연 폐암 환자 871명에게서 채취한 폐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지역의 환자들에게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변이가 더 높은 비율로 발견됐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기관지염 같은 염증성 질환, 석면 노출, 과거 흉부 방사선 치료 경험, 간접흡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간접흡연은 폐암 발생 위험을 약 30%까지 높일 수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폐암 위험을 어떻게 더 줄일 수 있을까?
전체 폐암의 약 80%는 흡연자에게서 발생한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이미 흡연 중이라면 금연하는 것이 폐암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다. 이와 함께 비흡연자들도 몇 가지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우선 집 안의 라돈 농도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라돈 측정기는 온라인이나 주택 개보수용품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검사 결과 라돈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면 전문업체에 의뢰해 라돈 저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압력 차이를 이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라돈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새집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주택 검사 전문가에게 석면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석면이 발견된다면 반드시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안전하게 제거하고 폐기해야 한다. 연방환경보호청(EPA)은 주별로 석면 관련 정보와 지원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 중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N95 마스크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폐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기침이 지속되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는 경우,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가슴 통증이 4주 이상 계속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