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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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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1센트까지 쥐어짠 애플에 ‘복수’하는 메모리 공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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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터너스 애플 신임 CEO [애플 제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케팅·광고 사용금지]

애플 ‘최혜고객’ 지정 요구…공급사 회계장부 감사까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애플에 끌려다니던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이 협상력을 쥐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를 인용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수요 증가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5배로 뛰면서 키옥시아를 비롯한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테크인사이츠 추정치에 따르면 2년 전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플랫폼·구글 등 4개사가 합친 것보다 거의 배나 많은 플래시 메모리를 구매했지만, 지금은 이들 4개사가 애플의 배에 달하는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플래시 스토리지에 250억달러(약 33조4천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에는 비슷한 물량을 60억달러(약 8조원)에 구매했다.

플래시 가격은 2023년 GB당 5센트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30센트를 넘어섰다.

WSJ은 자체 분석 결과 256GB를 추가하는 데 투입된 애플 측 비용이 지난해 15달러에서 올해 66달러로 급등한 것으로 계산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출시된 ‘아이폰17 프로 512GB’ 모델의 소비자가격은 ‘아이폰17 프로 256GB’ 모델보다 200달러 비쌌다. 애플이 521GB 모델에 256GB를 추가하는 데 들어간 애플 측 비용은 15달러로 추정됐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18 프로 512GB’ 모델의 소비자가격 역시 ‘아이폰18 프로 256GB’ 모델보다 똑같이 200달러 비싸다. 하지만 애플이 256GB를 추가하는 데 투입된 비용은 66달러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WSJ은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추가 저장용량에 대해 소비자에게 부과한 가격 1달러당 평균 80센트 이상의 총이익을 남겼다”고 봤다. 반면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올해 키옥시아와 더 높은 가격을 약속하는 대신 장기 공급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WSJ는 이를 공급업체의 애플에 대한 “복수(revenge)”라고 표현했다.

애플이 세계 최대 구매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를 “한 푼까지 쥐어짰다(squeeze every cent)”는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플래시 업체들은 대체로 애플을 다른 어떤 구매자도 더 낮은 구매가격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최혜 고객’으로 지정해야 했고, 애플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회계장부를 감사할 수 있게 허용해야 했다.

애플 개발자회의에서의 팀 쿡
애플 개발자회의에서의 팀 쿡[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은 이런 회계장부 감사 덕분에 플래시 메모리 공급업체의 생산 현장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대량 주문을 얼마나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10여년 전 마이크론이 다른 고객에게 더 싸게 판 사실을 적발해 수천만달러 이상의 중재 합의금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런 전략을 이끈 이는 애플 조달 총괄이던 토니 블레비스(2022년 퇴사)로, 공급업체들 사이에서 ‘블레비네이터’로 불렸다.

그는 업체 면담을 연달아 잡아 경쟁사 영업팀끼리 마주치게 했고, 협상을 자정 넘어까지 밀어붙였다. 가격이 떨어지면 주문 물량의 인수를 거부해 업체들이 재고를 떠안기도 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플래시 업계는 애증 관계였다”며 애플이 가격을 억누르는 힘은 주주에게 이로웠지만 공급업체들은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오랜 파트너십을 깊이 소중히 여긴다”고 밝혔다.

팀 쿡 이사회 의장은 메모리 가격 급등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가격을 평균 13% 올렸다.

WSJ는 “애플에 중요한 질문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아이폰을 더 오래 쓰는 것으로 대응할지, 아니면 평소처럼 계속 구매할지 여부”라며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는 애플이 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언제, 또는 과연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애플은 내달 2일 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