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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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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1세대는 물러나는데… 차세대는 나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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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일보

세대교체 외치면서 권한은 움켜쥔 기성세대… 참여하지 않는 차세대 탓하기 전에 한인사회부터 바뀌어야

시카고 한인사회가 심각한 리더십 공백을 앞두고 있다. 수십 년간 동포사회를 일구고 이끌어 온 이민 1세대는 고령화와 은퇴로 무대에서 물러나고 있지만, 그 뒤를 이어야 할 차세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인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지만, 정작 그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키우는 노력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세대교체를 외치는 목소리는 크지만, 이를 실행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오늘날 시카고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1960~70년대 미국에 정착한 이민 1세대는 생업을 일구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인단체를 만들고 동포사회의 기반을 닦았다. 유학생과 파독 광부 출신, 가족 이민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인사회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공로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공로가 미래의 지도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상당수가 70~90대에 접어들었고, 1980년대 이후 이민 온 세대마저 60대에 이르고 있다. 주요 단체의 지도부가 여전히 1세대와 1.5세대 중심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 지연이 아니라 후계자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차세대만 탓할 일인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3세는 영어와 미국 문화에 익숙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살아간다. 이들에게 한인단체는 부모 세대처럼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공동체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먼저 물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기꺼이 시간과 재능을 투자할 만한 조직을 만들어 놓았는가. 참여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의사결정권은 내주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한다면서 기존 방식에 도전하면 불편해하는 것은 아닌가. 젊은 세대가 필요할 때는 앞세우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배제한다면,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한인단체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명예만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내부 갈등과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생업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차세대에게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보수 봉사에 나서라고 요구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와 환경이 있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확보해 젊은 임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도 거론된다. 반면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는 보조금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가 제한적이고, 내부 소송이나 운영상의 문제로 지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적 기반도, 투명한 운영도, 활동을 뒷받침할 체계도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희생만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더욱이 세대교체는 젊은 사람 몇 명을 행사에 초청하거나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보여주기식 참여일 뿐이다.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 방향을 결정하며 조직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차세대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회계와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권한과 영향력은 계속 움켜쥔 채 차세대에게 봉사와 책임만 요구한다면, 세대교체는 영원히 구호에 머물 것이다.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자리를 내어주는 용기다.

도산 안창호의 민족정신을 계승하자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선열의 뜻을 기리는 행사와 구호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그 정신을 이어갈 젊은 세대가 조직 안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이 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 시카고 한인사회는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1세대가 물러난 뒤에도 지금의 단체들이 존속할 수 있는가. 회장과 임원 자리를 맡겠다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조직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답을 미루는 사이 리더십 공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차세대가 나서지 않는다고 한탄하기 전에 기성세대부터 달라져야 한다. 권한을 나누고,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젊은 세대가 참여할 실질적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차세대 역시 한인사회의 미래를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지속은 어느 한 세대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를 요구하는 쪽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1세대의 헌신이 오늘의 한인사회를 만들었다면, 이제 그 한인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책임은 모든 세대에 있다. 세대교체는 기성세대가 물러나는 순간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려줄 준비가 된 기성세대와 책임 있게 나설 차세대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 변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물려줄 사람도 이어받을 사람도 없는 한인사회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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