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항공사 총수 퇴진에 미주본부도 ‘뒤숭숭’

1606

대한항공·아시아나, 하루 차이로 오너 공석

직원들 “웬지 불안” 침울, 일부선 투명경영 기대감

조양호 회장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의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8일 두 항공사의 미주본부 직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너 퇴진에 땅콩 서비스 종료. 사무실 분위기는 침묵 그 자체입니다”(대한항공) “그동안 회계자료 만들어 보내느라 힘들었는데 회장님이 퇴진한다니 힘이 빠지네요”(아시아나)

두 국적항공사 LA 미주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같은 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이날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해외 지역본부중 가장 큰 지역본부인 두 항공사의 LA본부 간부들은 경영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향후 전개될 인사 및 경영전략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으며 일부 하급직원들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이뤄지는 겉모습과는 달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평소에 비해 사무실에서 직원간 대화가 줄어들어 무거운 분위기”라고 말했으며 한 관계자는 “워낙 오너 경영이 오랜 기간 이뤄지다 보니 오너 퇴진이 솔직히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그러나 서울 본사의 발빠른 비상경영체제 전환과 함께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장들이 포함되는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전문경영인 출신을 포함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박삼구 회장 퇴진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꾸어 나갈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직은 상실했지만 대한항공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그룹경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장남인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미주본부의 한 직원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사내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조원태 체제’로의 빠른 전환이 예상된다”며 “조 회장의 공백으로 중장기 경영계획에 다소 차질이 예상되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직원은 경영권의 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하고 있다.

그간 서울 본사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 작업에 애를 먹었다는 한 직원은 “오너 갑질이나 회계감사 자료 부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것은 책임 경영의 시작을 뜻한다”며 “그런 점에서 투명한 경영으로 국적항공사들이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한항공의 조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 회장의 퇴진 소식에 두 국적항공사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이 같은 긍정론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항공 주식은 전날 대비 4.78% 올랐고 아시아나항공은 9거래일 만에 강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92% 뛰었다. 금호산업도 장중 한 때 6.59%까지 뛰었다.<남상욱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