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갱처벌강화법’ 논란···”주민불안”vs”흑인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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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50여명 “인종차별적 법 집행 영속화”

시카고시가 통제 불능 상태의 폭력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갱 단원(범죄조직원)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해 인권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시카고 지역 인권 변호사 50여 명은 로리 라이트풋 시장이 발의한 ‘피해자를 위한 정의’ 조례안(Victims’ Justice Ordinance)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날 시장 앞으로 보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시카고에서 총기폭력·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단속 강화에 대한 압력이 일자 라이트풋 시장은 작년 9월 “갱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공공안전·주민 정신건강은 물론 도시 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이 시 의회 승인을 거쳐 발효되면 법원은 불법 행위를 한 갱 단원에게 혐의당 최대 1만 달러(약 1천10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고, 경찰은 갱단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된 부동산과 자산을 압류할 권한을 갖는다. 마약거래 등 불법적 수단으로 얻은 모든 자산도 압류 대상이 된다.

인권변호사들은 이 법안에 대해 “갱 활동에 연루된 흑인·라틴계 주민들을 부당하게 처벌할 수 있다”며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고 시 당국은 더 많은 예산을 소송 비용으로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들은 이 법안이 인종차별적 법 집행 관행을 영속화할 뿐 폭력과 피해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가난한 흑인·라틴계 주민들을 표적 삼는 도구를 제공하고 이 도시에 만연한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이트풋 시장은 “법안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갱들은 곳곳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도시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들의 폭력행위 동기인 ‘거대 이익’을 없애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 발효 후 관련 수익은 피해자와 목격자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변호사들은 “시카고시는 오래전부터 갱 소탕 정책을 수없이 도입했지만, 실효는 없었고 경찰과 시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만 점점 더 늘었다”면서 새 법안도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은 “법안은 갱 활동 지원이 의심되는 자산을 무조건 압류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당국에 부여하기 때문에 경찰이 용의선상에 올린 갱 조직원들의 친인척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법 집행 근거인 경찰의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인종차별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카고 루시 파슨스 연구소’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시카고 경찰이 수행한 자산 몰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도시 남부와 서부 빈민가에 집중돼 있었다면서 “몰수 자산 사용처에 대한 감독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인권변호사들은 “공공안전에 대한 잘못된 접근법을 담은 법안을 폐기하고, 소외된 지역사회에 투자하면서 그들의 강점에 기반을 둔 정책을 채택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총기 폭력 사건의 대부분은 갱 조직간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영리 시민단체 ‘시카고 범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의 범죄조직은 최소 59개, 개별 리더가 있는 소규모 갱단은 2천400개 이상이며 활동 중인 조직원은 최대 15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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