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 ‘장벽 뺀’ 예산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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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통과 불투명, 트럼프 거부권 행사 예상

민주당이 주도권을 되찾은 연방하원<사진>이 116대 의회 개원 첫날인 3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중단시킬 ‘패키지 지출법안'(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셧다운 사태의 원인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빠진 이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통과가 어려운데다 설령 상원의 문턱을 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주요 언론들은 셧다운 13일째인 이날 하원이 셧다운 사태를 끝낼 민주당의 패키지 법안들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패키지 법안은 두 가지 예산안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현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9월 30일까지 국무부·상무부·농무부·노동부·재무부와 다른 정부 기관에 예산을 지원하는 안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달 8일까지 잠정적으로 국토안보부에 현행 수준의 예산을 지원하는 안이다. 국토안보부 예산안에는 국경 안보 분야 지원에 현행 수준인 13억달러가 반영됐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은 한 푼도 포함되지 않았다. 표결 결과 국무부 등의 예산안은 찬성 241표, 반대 190표를 얻었으며 국토안보부 예산안은 찬반 239대 192로 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입법화되려면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이 이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장벽을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에게 법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민주당의 패키지 법안을 상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자”고 제안했다.

해당 법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관련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참모들도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방정부 셧다운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교착 상황은 여전해 연방정부가 언제 재가동될지는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16대 의회 개원식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출되기가 무섭게 백악관 브리핑룸에 깜짝 등장해 국경장벽 건설예산 관철을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국경순찰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노조 관계자들을 대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없이는 국경의 안전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왔다. 또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패키지 법안에 대해 “논의할 가치도 없다”며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으며, 상원의장을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장벽이 없으면 협상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다만, 코리 가드너와 수전 콜린스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제안을 일부라도 수용해 정부를 다시 열고 협상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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