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폭력의 정의를 명확히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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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신(시카고)

 

여성핫라인의 ‘동료 옹호 지도자’ 교육을 신청하게 된 동기는 나 자신도 언어와 문화가 익숙지 않을 뿐더러, 미국의 제도와 법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지 배우고 아이에게도 알려줄 수 있겠다는 작은 바람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이제까지 가정폭력이라고 알고 있었던 개념이 얼마나 좁은 것이었는지 알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가정폭력의 개념은 주로 집안의 가장이 본인의 기분에 따라, 또는 음주를 한 후 가족에게 신체적으로’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가정폭력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면,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 구성원이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미리 피하거나, 폭력의 주원인이라 생각했던 음주를 하지 못하게 하면 해결이 될텐데’ 라는 생각으로, 왜 지속적으로 가정폭력 희생자들이 생기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료 옹호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정 폭력이 무엇인지, 왜 그 피해자들이 가정 폭력의 굴레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지에 대해 배우면서 내가 알고 있던 가정 폭력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정 폭력은 상대에 대한 존중없이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신앙적 등 폭력 행사자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우월적인 힘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정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는 가정 폭력으로 인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가정이라는 울타리,  또는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인정되어진 관계안에서 폭력이 행사되기 때문에 피해자 스스로 폭력의 피해를 쉽게 알릴 수 없는 여러 장벽들이 존재한다.

만약 어렵게 가정 폭력 피해자가 본인의 상황을 밝힐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수사관이나 조사관처럼 조사하면서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과 상황을 피해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모두 수용및 경청하고, 피해자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의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나 자신이 피해자에게 안전한 곳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피신처등을 안내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알려주고 소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기관으로는 여성핫라인과 시카고 가정 폭력 헬프라인이 있다. 나 역시 이런 기관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고, 또 모든 문제 상황을 내가 다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느낌으로써 생기게 되는  책임감과 막중한 부담감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얼마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관심이 컸던 청소년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강의에서는 안전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안전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이런 폭력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아이에게 자기 존중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처음 강의를 들을 때는 우리 아이만을 위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우리 가족, 우리 아이만 보호한다고 해서 건강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우리 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지만 건강한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