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20]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넉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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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늘 A 만 받았다고 해서 다음 단계에서도 계속 A만 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배움의 단계에 들어가면서 또는 더 높은 수준의 경쟁에 접하면서 누구나 한계에 도달한다.

 

그런데 한계에 부닺혔을 때의 반응은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다. 어떤 이들은 좌절하며 원망할 대상을 찾고, 어떤 이들은 포기하고, 어떤 이들은 실패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 들인다. 하버드, 수많은  경쟁을 물리치고 도달한 그 곳에는 수준높은 배움의 기회가 있지만 한 단계 높은 경쟁의 상대들이 있었다. 교사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필립스 엑시터 학생들 역시, 높은 경쟁을 뚫고 도달한 그 곳에서 새로운 차원의 경쟁 안에 놓여져 있었다.

‘이 좋은 학교에 입학만 하면 나와 내 부모님의 꿈이 이루어 질 것이다’는 소망으로 과도한 준비 과정을 거친 학생 (주로 조기 유학생이다) 이나, ‘나는 원래 똑똑하기 때문에 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자신의 한계에서 좌절했다.

 

회복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 실패 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그 힘이 없는 상태에서 좌절하는 학생은 참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바로 작년에 아이비리그 등 최고의 대학에서 여러 학생들이 자살을 하거나 시도하면서 대학에서의 스트레스가 또다시 화두에 놓였었다. 자살, 우울증, 마약 중독, 학위 위조 등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문제가 많이 연관되어 있다. 학업, 외모, 교우관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보이고자 하는 잘못된 욕심과 기대 때문이다.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우리는 어떻게 이런 회복력(resilience)을 가르칠 수 있을까? 명쾌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로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도울 방법들이 있다. 학벌보다 배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모 스스로 믿고 언행으로 옮길 수 있다. 성적보다 과정이 즐겁다는 사실 역시. 지능과 능력은 고착되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사실을 부모 스스로 교사 스스로 믿고 언행으로 옮길 수 있다.

 

지능이 성장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접할 때 그 어려움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할 도구로 바라볼 수 있다. 지능이 성장한다는 것도 사실이고 지능이 성장한다고 믿을 때 배움에 대한 태도가 향상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이나 초중고 학교마다 교수/교사 개발 프로젝트가 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재직 시절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캐롤 드웩(Carol Dweck) 스탠포드 심리학 교수의 연구, “Growth Mindset-성장의 마인드셋”에서 지능이 성장한다는 연구가 밝혀지기도 했다. ‘똑똑함’ 또는 똑똑해야 하는 강박관념을 내 자아에서 떨쳐버리기 힘들었던 나 스스로에게, 또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있던 교사로서 이 사실은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지도한 학생중에 매기라는 학생이 있었다. 충분히 우수했기 때문에 필립스 엑시터에 입학했지만 그 중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지 않아 매기는 고민하는 시간을 거쳤다. 결국 혼자 반짝하기보다는 팀웍이 중요한 스포츠, 조정을 발견하더니 엄청난 열정을 보이며 조정에 임했다. 그 이후로부터 성적도 좋아졌다. 털털하고 인간미 있는 매기는 자신에게 맞는 조정을 통해 열정을 찾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극복하려는 의지, 그리고 회복하려는 의지가 실패를 대하는 자세이다. 회복할 수 있는 넉넉함 역시 인성적인 사람이 갖추어야 할 항목이다.

실패에서 회복하는 여유는 성공을 위한 악착보다 훨씬 값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