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령을 따라 걸으라! (Walk by th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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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요즘엔 사람들이 꽤 많이 공원을 찾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이후 달라진 일상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곳 공원길을 따라 고등학생인 아들과 달리기를 하면 이제는 이길 재간이 없습니다. 겨우 3마일을 달리고도 힘에 겨워 다 지쳐 넘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너무 빨리 뛰는 것이 미안해서 인지 이젠 살짝 제 앞에서 뛰어줍니다. 저는 좇아 가기만하니 이제 뛰는 것이 무척 수월해 졌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소개해야 겠습니다. 군대에선 매년 체력장 검사를 합니다. 십칠년 넘도록 체력장 측정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는 데, 지난 여름엔 어찌된 일인 지 그만 조금 늦게 달렸더니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일 주일후에 한번더 주워진 측정시험에 감동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함께 채플린 수쿨에 공부하던 30여명의 군목들이 저를 위해 옆에서 그리고 앞과 뒤에서 함께 달려준 것입니다. 어느 분은 에너지 드링크까지 준비해서 뛰기 전에 힘을 복돋아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2마일 달리기에서 기본점수보다 거의 2분이나 빨리 완주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달리기에서 이렇게 선수와 보조를 맞춰 함께 뛰워주는 사람을 가르켜 “Pacer”라고 말합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페이서와의 동행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목적지까지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여정에도 이같이 함께 길을 걸으며, 그의 뒤를 따라 함께 삶을 나누는 인생의 동행자가 필요합니다.

성경에선 이같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를 가르켜  “성령”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갈5:25): “만약 우리가 성령을 통해 살았다면, 또한 성령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If we live by the Spirit, we should also walk by the Spirit!) 바로 인생의 마라톤에서 우리와 함께 걷고, 함께 뛰어주는 인생의 페이서되신 분이 성령이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그 성령님을 따라 사는 삶이야 말로 인생을 가장 멋지고 승리롭게 완주하도록 만드십니다. 초대교회의 역사는 다름아닌 성령을 따라 살아갔던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 생생한 기록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성령은 교회로 하여금 종족과 문화의 울타리와 선입관을 뛰어 넘고록 도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완고한 그들만의 전통의 틀도 깨뜨리셨습니다. 또한 교회로 하여금 투옥과 살인의 박해를 이겨내면서 땅끝까지 복음이 전파되도록 성령께선 마치 세찬 바람처럼, 타오르는 불꽃처럼 교회위에 임재하여 그들과 동행하셨습니다. 매에 맞고, 착고에 채워지는 억울함과 굶주림의 핍박에서도 성령은 용서와 평화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령을 따라 동행한 성도들의 삶속에선 이같은 거룩한 열매가 맺혀졌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선함, 충성, 절제,… 이라는 누구에게나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였습니다.

미네아폴리스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살해된 George Floyd 사망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혼란의 도가니로 변해버렸습니다. “언제까지 억울한 일만 당하고 살아야 하나, 이젠 해도해도 너무하다!” 라며 울분에찬 흑인들과 이에 동조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났던 만연한 경찰폭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경찰에 자성을 촉구하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억울함과 흥분이 폭력과 약탈로 둔갑되어서, 정작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변해 버릴까 염려가 됩니다.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약한자 힘 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 조국의 민주화를 열망하며 한 여름의 띄약볕에서 노래하며 울부짖던 우리들의 과거의 모습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맘속에 떠올랐습니다. 오늘 성령강림 주일에 이땅의 공평과 정의를 위해 부르짖는 모든 이들에게 성령께서 바람과 같이, 또한 불과 같이 임재하여 식지않고 꺼지지 않는 거룩한 용기를 부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성령의 거룩한 바람으로 이땅에 차별의 높은 담이 허물어 지고, 신령한 불길에 죄악과 폭력들이 눈녹듯 태워지기를 소원합니다. 모든 핍박속에서도 승리한 초대교회의 성도들같이 이땅에서의 우리의 싸움은 복수가 아닌, 악을 선으로 이기는 선한 싸움이 되도록 성령을 따라 걸어가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