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ust-Do’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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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에베소 사역이 끝나갈 즈음, 성령님께서 바울에게 그 다음 사역 계획을 주셨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로마 방문이었습니다. 이 사명을 받은 바울은 “내가 로마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must see).”라고 선포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결단이 담겨 있습니다. 소명에 대한 바울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사실 로마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을 거쳐 가는 동안 많은 고난이 있을 것을 성령님께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에서 잡혀 2년간 옥살이를 해야했고, 유대교인들의 계속되는 살해 위협을 견뎌야 했으며, 미결수의 신분으로 황제의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향해야 했고, 바다의 광풍을 만나 타고 있던 배가 파선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로마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수난을 주제로 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 모든 시험과 고난을 다 인내하고 결국 로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소명이 주어지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는 ‘Must-Do’의 정신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영국의 찰스 고든 장군은 신앙이 깊은 크리스천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인생 목표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었고, 고든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청년 때 중국으로 파견을 나간 그는 아편 전쟁을 겪게 되는데, 그 전쟁을 통해 무시무시한 인간의 탐욕을 보았습니다. 베이징을 침공한 영국과 프랑스의 군인들이 청왕조의 여름 궁전이라고 부르는 원명원에 들어가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다 도적질 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궁전까지 불태워버린 겁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고든은 군인들의 행위를 수치스럽고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날뛰는 곳에서 혼자 거룩함을 지키기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지독한 유혹의 현장에서도 고든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삶의 목표를 잘 지켜냅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고든은 20년쯤 후 수단으로 파견을 나가게 됩니다. 수단의 총독이 되어 이집트와 함께 수단을 다스리던 중,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5만명이나 되는 병력에 밀려 한 성에 갇히게 되자, 영국 정부는 고든에게 혼자만 빠져나오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고든은 자신만 의지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불쌍한 자를 버리는 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믿은 겁니다. 일년을 버티다가 결국 고든은 그곳에서 하나님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고든이 죽은 후 그의 친구 보나르는 친구의 삶을 이렇게 추모했습니다. “단번에, 그리고 항상 나를 놀라게 했던 건 하나님과의 하나됨이 고든의 모든 행동과 안목을 지배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고든만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마치 보고 있는 것처럼 인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고든은 하나님과 함께, 또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낸 인물이었습니다.”

바울은 빌립보서 3장 말씀에서 하나님 소명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아주 잘 정리했습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바울은 자신의 삶을 푯대, 즉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이미 이룬 것들 그래서 과거가 되어버린 일들은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과거 한 일들에 묶이면 교만과 나태에 빠져 앞으로 달려갈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던 겁니다. 바울은 이처럼 죽음이라는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주님 주신 소명을 향해 ‘Must-Do’의 영성으로 쉼없이 질주하는 삶을 살았던 겁니다.

‘Must-Do’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삶엔 많은 흔적들이 남게 됩니다.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동안 생겨난 흔적들입니다. 바울처럼 이 흔적들을 자랑할 수 있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