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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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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합의 손익계산…이란, 호르무즈만 열고 싹쓸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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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HANDOUT _ KHAMENEI.IR. 재판매 및 DB 금지]

조항 보면 석유수출·동결자산 해제 등 ‘숙원해소 종합세트’
일부 서명시 ‘선지급’…액면대로 이행시 이란 세확장 촉진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17일(현지시간) 공개되자 이란이 완승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세부 조항을 뜯어보면 적어도 액면으로는 이란이 새로 내주는 게 거의 없이 미국과의 합의로 광범위한 숙원을 이루는 모양새가 나타난다.

미국이 이란에 당장 선지급 방식으로 이행하기로 한 경제적 양보안은 4조, 5조, 10조, 11조에 중점적으로 담겼다.

합의문 4조, 5조는 미국이 서명 즉시 이란 해상봉쇄를 풀고 이란은 30일 안에 호르무즈 통항을 전쟁 전 수준으로 복원한다고 적시한다.

미국은 10조를 통해 서명 직후 이란산 원유, 석유, 파생상품의 수출과 은행거래, 보험, 운송 등 서비스에 제재를 유예한다.

아울러 미국은 합의문 11조를 통해 MOU가 이행되는 시점에 이란이 동결자산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다.

특히 이 조항에는 이란 중앙은행이 해제되는 동결자산의 최종 수혜자를 지정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제적 합의를 다룬 이들 조항을 종합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대가로 즉시 에너지 수출의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된다.

게다가 미국의 대이란제재로 묶인 자산을 가져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숙원이던 경제난 극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합의문 13조는 미국의 이 같은 양보가 사실상 선지급의 형태로 제공되도록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MOU에 서명한 뒤 4, 5, 10, 11조의 이행을 시작하고 이를 조건으로 나머지 조항들에 대한 최종 협상을 진행한다.

요약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만 열면 미국이 해상봉쇄 해제, 이란 에너지에 대한 유예, 동결자산 일부 해제를 미리 양보한다는 얘기다.

이들 선지급 조항의 내용은 버락 오바마 집권기이던 2015년 체결한 이란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 계획·JCPOA)보다 더 후한 면도 관측된다.

일단 이란의 에너지 수출에 거의 무제한적 자유를 보장하고 동결자산 일부를 해제한다는 점에서는 JCPOA와 비슷하다.

그러나 동결자산의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도록 한다는 점은 수혜처를 인도주의 사업 등 비제재 대상에 국한한 JCPOA와 다르다.

경제보다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합의문 1조 또한 선지급 조건이 적용되는 13조에 언급된 양보안이다.

미국은 1조에 따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 종료를 선언한다.

이를 통해 이란은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진해온 이란의 중동 내 세력확장 억제전략을 약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대리세력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이스라엘로서는 전쟁을 통해 하마스, 헤즈볼라를 빈사에 빠뜨리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모든 게 수포가 될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초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란의 비핵화와 관련한 조항에서도 미국의 양보 색채가 엿보인다.

합의문 8조에는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기로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1기에 일방적으로 탈퇴한 과거 핵합의인 JCPOA는 “이란은 어떤 환경에서도 핵무기를 추진하거나 개발하거나 획득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적시한다.

이번 합의가 과거 합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간략해졌다는 점이 일단 주목된다.

사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자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종교적 가르침(파트와)을 유지하고 있어 비핵화 선언이 새 얘기도 아니다.

합의문 6조에 담긴 3천억 달러(약 457조원)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도 미국이 전쟁과 제재로 궁핍해진 이란에 주는 거대 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의 재건, 경제발전을 위해 이 기금과 관련한 확정적이고 상호 합의된 계획을 세울 것을 역내 파트너들과 약속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의 일부로 확정될 것으로 명시됐는데, 이는 이란의 재건을 지원할 기금이 없으면 최종 합의도 없다는 조건을 뜻한다.

대이란제재 해제를 두고도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속절없이 내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합의문 7조를 통해 최종 합의의 일부로 합의된 일정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결의, 미국의 1·2차 독자 제재를 포함한 이란에 대한 모든 종류의 제재를 종료하기로 약속한다.

이는 이란과의 비핵화 합의를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 테러, 인권침해, 대량살상무기 등 모든 대이란제재를 없앤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적어도 이란이 합의의 액면적 문구를 토대로 과격하고 대담한 행동에 나설 소지는 다분하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14개 조항 합의문을 분석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에 발포하지 않는 대가로 당장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진단했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 개방마저도 미국이 올해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봉쇄된 게 아닌 만큼 이란이 양보했는지를 두고 뒷말이 많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MOU에 서명했다. 미국과 이란 언론은 합의문 내용이 이날 서명으로 발효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