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惻隱之心(측은지심)과 四端七情(사단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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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우리는 신문이나 논설 등에서 종종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글을 접하게 되는데 ‘남을 불쌍히 여기고 동정을 하는 마음을 인간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났다.’는 뜻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측은지심’이란 단어의 뜻에서 이해되는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단칠정’(四端七情)이라는 옛날 유학자(儒學者)의 이론에서 나온 것으로 ‘측은지심’이란 ‘사단’(四端)이라는 사람의 본성(本性)에 4가지 마음씨가 있다는 ‘사단설’(四端說)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람은 첫째로 인(仁)에서 우러나는 惻隱之心(측은지심): 남을 불쌍히 여겨서 언짢아하는 마음. 두 번째로 의(義)에서 우러나는 羞惡之心(수오지심):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남의 착하지(善)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세 번째로 예(禮)에서 우러나는 辭讓之心(사양지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 네 번째가 지(智)에서 우러나는 是非之心(시비지심):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마음. 이렇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4가지의 본성(本性)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 설로 이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사상가(思想家)이며, 철학자(哲學者)인 <맹자>(孟子)(B.C 372- 289)가 주장한 설. 사람은 본래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한 단(端)이라는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의 마음이 구비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확충(擴充)시키려는 학설이며, 이것을 송(宋)나라의 <주자>(朱子)(A.D 1130- 1200)는 본래 완전한 성(性)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 여기서 부연(敷衍)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학설을 한편으론 자유지정(自有之情)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에 바탕을 둔,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정(情)이라는 것. 여기에 인간이 지니고 있는 7곱 가지 감정(感情)을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 욕(慾)의 감정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칠정설(七情說)로서, 불교계에서는 이설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데, 즉 희(喜), 노(怒), 우(憂), 구(懼)(두렵다), 애(哀)(슬퍼한다), 증(憎)(미워하는 마음), 욕(慾)의 7곱 가지를 인간이 품고 있는 마음씨로 꼽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사단’(四端) 과 ‘칠정’(七情)이 다 같이 인간의 본성이므로 이것을 합쳐서 ‘사단칠정’(四端七情)이라고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중기에 유학자(儒學者)인 <이황>(李滉: 退溪 1501 -1570)은 우주(宇宙)의 현상(現象)을 이(理)와 기(氣)의 이원(二元)으로써, 이 와 기는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상호 의존관계(依存關係) 있어서 이를 움직이게 하는 근본법칙을 의미한다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하면서 이(理)가 발(發)하여 기(氣)가 이에 따르는 것이 사단(四端)이며, 기(氣)가 발하여 이것을 타는(乘) 것이 칠정(七情)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인간의 순수이성(純粹理性)은 절대선(絶對善)이며 여기에 따른 것이 바로 최고의 덕(德)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학설을 따르는 문하생이 임진왜란 때 전시재상(戰時宰相)이었던 유성룡(柳成龍)과 김성일(金誠一), 정구(鄭逑) 등의 의하여 계승(繼承)되고 더욱 발전시켜 영남학파(嶺南學派)를 이루었으며, 일본에까지 소개되어 그곳 유학계(儒學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퇴계(退溪)는 조선의 주자(朱子)로 불리었으며 벼슬보다는 교육사업에 관심을 바쳐 학자적인 삶을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