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酒池肉林(주지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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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옛날 말에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있습니다. ‘나라를 흔들어 기울게 만들 정도의 빼어난 미인.’이라는 뜻으로 중국에 하(夏)나라, 은(殷), 주(周)의 멸망(滅亡)과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도 ‘사건(事件) 뒤엔 여자가 있다.’ 고들 말을 합니다. 앞에 언급한 네 나라 중에서도 하(夏)나라의 걸(桀) 왕은, 악독(惡毒)하고 탐욕(貪慾) 스러웠는데, 한편으론 남다른 힘과 지략(智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세 에도, 걸주(桀紂)라 하여 걸(桀) 왕과 은(殷)나라 주(紂) 왕을 전형적인 폭군(暴君)의 대명사로 꼽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걸(桀)왕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려, 마침내 하(夏)나라를 멸망케 만든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매희>(媒喜)라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조그만 나라가 걸 왕에게 항복하면서 바친 진상품(進上品)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걸 왕은 그녀를 보자마자 넋을 잃고 빠져들었습니다. 그 후 그녀는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우선 궁궐을 다시 짓게 하고 거대한 궁궐이 완성되자, 요대(瑤臺)(옥으로 치장한 화려한 궁궐)라고 이름을 붙이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비단옷을 입은 3천궁녀들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면서 산해진미(山海珍味)속에서 잔치를 계속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이내 싫증을 내고는 왕에게, ‘이렇게 3천 궁녀들이 일일이 음식을 나눠주고 술(酒)을 따르는 것은 너무 지루 하옵니다. 차라리 술(酒)로 연못(池)을 만들고 고기(肉)로 숲(林)을 만들어 자기 마음대로 마시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폐하?’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멋진 잔치를 벌려본 제왕(帝王)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오.’ 그리하여 ‘주지육림(酒池肉林)의’의 공사가 시작 되었다. 주지육림이란, 술(酒)로 연못(池)을 이루고, 고기(肉)로 숲(林)을 이룬다는 뜻으로, 호사(豪奢)스럽고 방탕(放蕩)한 모임을 뜻하는 말로 여기에서 유래 하였습니다. 그녀는 이런 호사를 누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딴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조국(祖國)이 이자의 칼 아래 유린(蹂躪) 당하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한낱 노리개가 되어 붙잡혀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원망(怨望) 스럽기 한이 없구나.!’ 드디어 주지육림의 공사가 완성되자, 연못가에서 술을 마시고 목소리에 맞춰 안주를 먹는 기이(奇異)한 광경이 매일 매일 연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걸 왕에게 충성스러운 마음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를 바로 잡으려고 눈물로 호소(呼訴)하는 충신(忠臣)들은 모두 죽이거나 내어 쫓았다. 결국 하(夏)나라는 은(殷)나라의 <탕>(湯)왕이 이끄는 군대에 멸망(滅亡)당했다. 걸 왕은 덕(德)은 닦으려 하지 않고, 오직 힘만으로 백관(百官)을 제압(制壓) 하였으므로 아무도 견디질 못하였다. 이럴 때, 제후들과 백성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는 <탕>(湯)을 잡아 옥(獄)에 가두었다가 할 수없이 풀어주자, 제후들은 모두 그에게 복속(服屬)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기를 따르는 병사(兵士)들을 이끌고 걸 왕을 공격하였는데, 걸 왕은 명조지방으로 달아났으나 결국은 잡혀, 추방(追放)되고 죽고 말았다. 주지육림이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글로 표현한 것으로 지금은 호사스러운 잔치 상을 ‘육산포림(肉山脯林) 이라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