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도 싫고, BLM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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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는 켄터키주의 민병대.<로이터>

미국의 민병대, ‘친트럼프’ 성향 가속

공권력과 별개로 무장한 주민들이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거주지를 지킨다는 미국의 독특한 제도인 민병대의 친트럼프 성향이 가속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전역에 산재한 민병대 중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대놓고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충돌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기를 드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부합하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민병대가 이처럼 연방정부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불신이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존재하는 민병대가 현직 대통령의 주장을 맹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통적 시각에서는 설명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미국 독립 과정에서 활약한 민병대는 이후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중앙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각 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헌법에 명문화됐다.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정부의 안보에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수정헌법 제2조다.

실제로 민병대가 연방정부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정부 건물을 폭파해 168명을 사망케 한 티머시 맥베이도 전제적 연방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극우 반정부 민병조직의 시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맥베이는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행동이 “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보복이자 반격이었다”고 주장했다. 2012년부터 확산한 민병 운동 ‘부걸루’는 아예 내전을 일으켜 연방정부를 전복시킨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연방정부를 증오했던 민병대가 트럼프 정권 들어 완전히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민병대는 자신들이 싸워야 할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는 연방정부 대신 안티파와 인종차별 시위대를 상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병대의 친트럼프 성향이 가속함에 따라 선거 이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반테러 전문가인 세스 존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민병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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