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압류 신청 21% 증가… “경제적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주택 압류(Foreclosure) 신청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 금리 상승과 재산세, 주택보험료 인상 등이 겹치면서 주택 소유주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BC뉴스가 부동산 데이터업체 ATTOM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상반기 전국 주택 압류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28% 늘어난 수치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됐던 각종 주택 보호 조치가 종료된 이후 압류 신청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대비 2025년에는 무려 7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별 평균 우편번호 기준 압류 신청 건수는 플로리다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뉴저지, 델라웨어,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오하이오, 애리조나 순으로 나타났다.
뉴욕시 법률지원단체의 경제정의 소송국장 제이컵 인월드는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어떤 청구서를 먼저 내고 어떤 비용을 미뤄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결국 주택을 지키는 것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거주했던 에밀리 아너 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승무원으로 일하며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너 씨는 2022년 남편과 함께 피닉스 외곽 챈들러에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그녀는 “뒷마당에 큰 나무가 있어 그늘이 드는 집이 마음에 들어 평생 살 집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남편이 실직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아너 씨는 “남편이 직장을 잃은 뒤에는 큰 모기지 상환금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며 “어떻게든 집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가족은 지난해 9월 주택을 압류당했고, 현재는 이전 집에서 약 1마일 떨어진 임대주택으로 이사해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충분한 저축이 없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절대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압류 규모가 2007~2010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증가세의 배경으로 높은 모기지 금리와 재산세, 급등한 주택보험료, 그리고 팬데믹 기간 시행됐던 보호 조치 종료 등을 꼽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소수인종 거주 지역이 특히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백인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의 연평균 압류 건수는 전국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인월드 국장은 “이번 위기는 유색인종과 고령층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들 지역은 과거에도 부실대출의 주요 대상이 됐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07~2010년 금융위기 때 시작된 압류 사태가 아직도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수년째 압류 절차를 겪거나 여전히 압류 위험에 놓여 있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최근 6년 동안 가장 많은 압류가 발생한 지역은 텍사스주 휴스턴 북동쪽 리버티 카운티의 우편번호 77327 지역으로, 총 8,189건의 압류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전문가들은 압류 위험이 예상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공인 주택상담기관(Housing Counselor)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상담기관을 이용하고, 각 주 법무장관실(State Attorney General Office)을 통해 공인 상담기관을 안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신의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아너 씨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 같아 큰 실패감을 느꼈지만, 솔직하게 경험을 나누면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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